프랑스 요리에 푹 빠진 나_프랑스 오픈 샌드위치 타르틴
나는 바게트를 싫어했다.
나의 기억 속 바게트란 빵은,
너무도 질겨서 어금니로 빵 껍질을 꽉 물고 뜯어먹어야 하는,
그렇다고 갈비처럼 맛이 강렬하지도 않은,
무색무취(無色無臭) 그 자체였다.
그렇다고 나는 단 빵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빵을 좋아하는 이들을 신기하게 볼 뿐,
그에 동조하거나 호기심을 가져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오븐을 사게 된 건, 언젠가 인스타그램 쇼츠에서 우연히 본 영상 때문이었다.
영상 속 여성분은 프랑스에 살고 있는 한 유학생이었는데,
'바게트를 이렇게 먹어보세요' 라며,
토스트기에 바게트를 넣고 구운 뒤,
바삭해진 바게트에 짭짤한 버터(demi-sel)를 발라 먹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잊히지 않았다.
나는 평생 느끼지 못했던 맛에 대한 동경일지 질투심일지 모를 그 감정이,
한켠에 까스름한 올이 나간 니트처럼,
나를 긁어댔다.
며칠 후 나는 쿠팡에서 5만 원에 파는 작은 오븐 하나를 구매했다.
토스트는 큰 빵을 굽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여,
이참에 다양한 프랑스 요리에 도전도 해볼 겸,
타르틴 책에서 다음으로 하고 싶었던 '부라타 토마토 타르틴'은 오븐이 필요하다는 말에,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조금 더 싼 토스트기와 오븐을 고민하다,
덜컥 오븐을 저질러 버리고 말았다.
글로는 다 표현 못할,
프랑스의 정취를 가득 머금은 재료와 요리 사진은,
책을 직접 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라타 토마토 타르틴
BURRATA, TOMATE & MIEL
이번에는 보다 쉽게 재료를 구할 수 있었다.
먼저, 바게트.
서울의 맛있다는 바게트를 모두 먹어보겠다는 지난번 야심이 헛되지 않게,
이번에는 유명하다는 베이커리에 가서 바게트를 공수해 왔다.
휴일에 서울숲에 책을 읽으러 나갔다,
근처에 네이버 지도에 저장해 둔 베이커리가 있기에 잠시 들렀다.
푸른 이파리가 살랑이는 나무 사이에 난 길을 따라가면,
금세 사람들의 활기로 북적이는 길목이 나온다.
공원으로 향하는 왁자지껄한 인파 속에 묻혀 조금만 걷다 보면,
이유 모를 나의 기억 속에는 땅 속에 반쯤 묻혀 있던 것으로 기억되는,
'성수 베이킹 스튜디오'가 있다.
이곳의 프렌치 바게트는,
그간 질기고, 구워도 푸석푸석해 바스러지고 마는 바게트에 허비한 나의 세월이,
참 가엾어지는 그런 순간을 안긴다.
좋은 재료와 좋은 기술로 만든 빵을 먹는다는 건,
이렇게나 행복한 일이구나 하는,
그런 소소한 행복감이 언뜻 어깨 위로 올라앉는다.
다음, 부라타 치즈.
부라타 치즈는 쿠팡에서 냉동으로 5천 원짜리 저렴이를 구매했다.
냉동으로 오래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해동하기 위해서는 냉장고에 하루 이상을 보관해야 한다는 번거로움과,
어쩐지 질 좋은 치즈와는 맛이 다르지 않을까 반신반의하는 의심을 저버리지 못한 채,
기회가 되면 정말 발품을 팔아 어렵게 구한,
신선하고 잘 만들어진 치즈를 먹어봐야겠다,
또 마음을 먹어본다.
그다음, 토마토.
이번에는 토마토 또한 쿠팡으로 시켰다.
대추방울토마토 1kg를 시켰는데,
시킨 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거진 반을 다 먹어버리고 말았다.
혼자서 다 못 먹고 금세 물러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낯부끄러운 고민은 어느새 사라지고,
타르틴 위에 올릴 게 없으면 어떡하나,
바보 같은 고민을 했다.
토마토 하니,
스테비아 토마토를 먹고,
누군가 이 탐스럽고 붉은 토마토 속의 즙을 나 몰래 다 먹어버리고,
그 안에 설탕물을 타서 채워 넣은 게 아닌가 하는,
처절하게 텅 비어 버린 맛에,
인상을 찌푸리고 뱉어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다음, 허브프로방스.
요리책에서 '허브프로방스'라는 글자를 보았을 때 느꼈던,
그 낯선 기분을 기억한다.
'프랑스 남동부의 프로방스에서 자라는,
허브(로즈마리, 타임, 오레가노, 마조람, 라벤더 등)들을 말려서 믹스한 것'
먼저는 가격이 비싸지 않을까,
덜컥 겁이 났고,
다음으로는 도대체 어떤 맛일까,
개구장이 같은 호기심이 피었다.
처음 비닐용기에 담긴 허브의 꼭지를 뜯었을 때는,
소고기를 먹는 듯한 착각이 들었고,
어쩐지 재채기가 나올 듯도 했고,
군침이 돌기도 했다.
마지막, 꿀.
꿀 역시 쿠팡에서 시켰다.
아카시아 꿀 300g짜리를 구매했다.
어쩐지 이번에는,
바게트를 공수해 오는 것만큼,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공수하는 데에 공을 들이지 못한 것 같아,
저자의 씁쓸함이 죄책감이 되어 무거웠다.
새로운 맛을 탐구해 보겠다는,
진심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괜시리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 시작이니까,
아직 도전해 볼 것도 많고,
구해야 할 특이한 재료도 많은데,
괜히 벌써 힘을 빼지는 말자 라며,
어차피 돈도 없지 않은가 너스레를 떨며,
나를 다독였다.
레시피는,
책의 아름다움을 꼭 한번 직접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앞으로는 생략해 보려고 한다.
아마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다만,
나의 실패담을 좀 공유할까 한다.
먼저 걸어간 나와 똑같은 발자국을 남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방울토마토가 크고 둥글고,
바게트가 경사져 있어,
치즈와 토마토가 오븐 밖에서도, 안에서도,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바게트는 자를 때 어슷 썰기가 아니라,
평평하게 컷팅해 달라고 부탁해야,
위에 올라간 재료들을 열기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붙들어 준다.
또한,
방울토마토의 경우도,
대추 방울토마토는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한번 잘라서 올리면 더 안정적일 것 같다.
마지막,
꿀과 간을 하는 단계가 중요하다.
부라타 치즈는 생각보다 본연의 맛이 강하지 않으므로,
꿀, 소금과 후추 간을 생각보다 많이 넣어야,
맛의 풍미가 올라간다.
단,
나의 혀는 마라탕의 거센 고추기름에 길들여졌다는 것을,
살포시 첨언한다.
이번 타르트는 뭐랄까,
누구나 호불호 없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 같은 그런 맛이었다.
많이 먹어보진 않았지만,
어쩐지 낯이 많이 익은 듯한 그런 맛.
색다른 맛들 사이에서,
잔뜩 긴장된 나의 혀를 잔잔히 위로하는,
그런 맛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다만,
그래도 한국에서 먹었던 부라타 치즈와 토마토 조합과는 다른,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토핑 위에 살짝 올려진 허브프로방스가 주는,
이국적인 풍미가 아닐까 싶다.
이건 여태 네가 맛보아 왔던,
그런 부라타 치즈와 토마토의 맛이 아닐 거야,
하는 그런 당찬 패기처럼,
그러나 으레 치기 어린 젊음의 허세는 금세 탄로가 나듯,
어딘가 익숙하고 멋쩍은 모습으로,
그 무엇도 압도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으로,
어느샌가 곁에 조용히 앉아 있는 그런 맛을 느낄 수 있다.
아직 2개의 타르틴 밖에는 시도해보지 못했지만,
물론 바질과 버터의 번외 편이 있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야기를 해보고 싶지만,
다음에는 또 어떤 타르틴을 만나게 될까,
그건 또 어떤 색다른 맛의 지평을 열어줄까 하는,
설렘으로 또 다른 하루를 기대하게 된다.
이런 것이 어쩌면,
단순히 배를 채우고,
단순히 먹는 행위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미식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어쩐지 조금씩 나는 행복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