ÉP.3 연어 아보카도 타르틴

프랑스 요리에 푹 빠진 나_프랑스 오픈 샌드위치 타르틴

by 흩날림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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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는 내게,

해외에 사는 먼 친척 같은 존재였다.

낯설고 이국적이고,

바라보는 눈빛은 동경이나,

섣불리 가까이하기엔 불편한,

그래서 멀찍이 선 채 시선만이 그의 주위를 맴돌다,

포기하고 뒤돌아서며,

'훌륭하고 멋진 분이었을 거야'라고,

꺼내었던 환상을 다시 품어버리는,

그런 식재료였다.


나는 미국에서 처음 아보카도를 먹어봤다.

회사를 쉬는 어느 날,

나는 어쩐지 오랜 숙제를 해치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아보카도 맛집을 수소문해 찾아냈다.


세련된 느낌을 자아내는,

차가운 하얀색과 은색으로 도배된 가게는,

내온 음식마저 요즘 것이었다.


아보카도와 수란, 래디시가 올라간 샌드위치는,

위대함을 기대했던 나의 환상과는 달리,

지극히 평범했다.


가게 문을 나오면서,

어쩐지 동경 속에 갇혀 있었던 친척의 민낯을 본 듯,

떫떠름한 아쉬움이 혀 끝에 남았다.


그것은 아마 홀로 살아가던 뉴욕에서의 외로움이,

감칠맛을 앗아간 탓일 수 있고,

정말로 그 가게의 레시피가 별로였을 수 있지만,

아보카도의 정수를 맛보고자 했던,

이제 막 세계의 음식에 눈을 뜬 병아리 미식가에게는,

아쉬움에 허기가 졌던 시간이었다.




책 표지(대표).HEIC




재료.HEIC
연어 아보카도 타르틴
SAUMON FRAIS & AVOCAT


사실 고백하자면,

이번에도 재료는 모두 쿠팡에서 주문했다.


이 더운 날씨에,

없을 수도 있는 식재료를 구하러 돌아다니느라 허탕을 치고 오면,

괜히 불쾌해져 요리를 하기 싫을 수도 있으니,

그것만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나름 좋은 품질을 구해보려 손품을 팔긴 팔았다.


먼저, 사워도우.

레시피에서는 잡곡빵을 사용하라고 되어 있었고,

나 또한 최대한 시키는 대로 재료를 구하고자 했으나,

비도 오고,

재료를 구하기가 여간 쉽지 않아,

회사 근처의 빵집,

'브레쉬에비뉴 베이커리 카페'에서 급히 사워도우를 공수했다.


다음에 기회가 될 때,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사워도우를 하나씩 도장 깨고 싶다.


이번에 느낀 건데,

사워도우가 빵이 크고 면적이 커서인지,

재료가 풍성이 올라가는 타르틴을 해 먹기에는,

어쩐지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아직 성수베이커리를 잊지 못한다.

아직은,

갓 빵의 세계에 입문한 좁디좁은 나의 세계에서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그 바게트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직은 없다.


다음, 연어.

연어는 노르웨이산이 가장 좋다는 챗지피티의 말에,

쿠팡에서 무려 16,800원이나 주고 180g의 노르웨이 냉장연어 필렛 등살을 구매했다.


사고 난 다음,

13,000원짜리도 있던데,

괜히 비싼 걸 샀나 하며 속상하기도 했지만,

포장을 뜯고 한 덩이, 한 덩이 썰어가 보니,

좋은 재료에는 이유가 있구나, 감탄했다.


'엘리제궁의 요리사' 영화에서,

주인공이 최상품의 식재료를 구하러,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모습들이,

단순히 요리 영화의 진부한 클리셰가 아닌,

혀로, 가슴으로 와닿았다.


지방이 고르게 분포된,

윤기가 흐르는 연어는,

먹기 전이었음에도, 그저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훌륭함 그 자체였다.


다음, 아보카도.

아보카도는 멕시코산이 좋다고 챗지피티가 말했으나,

내가 찾을 수 있었던 것은 페루산이었다.


아보카도는 후숙의 과정이 필요한데,

종이봉투가 없어 쇼핑백에 넣고,

껍질이 거뭇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신기하게 변해있는 아보카도를 보며,

이번은 다른 맛이길,

속으로 되네였다.


마지막, 라임.

라임은 멕시코가 최고라는 챗지피티 말에,

쿠팡에서 멕시코산을 찾아내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이렇게 딱 맞는 생산지를 찾아내는 것도,

어쩐지 타르틴을 알아가는 이 과정을,

더 빛나고 즐겁게 해주는 것 같다.




본격 요리.JPG


요리는 대성공이었다.

나의 첫 아보카도 도전의 실패가 가여워질 만큼,

실패 이후 마트에서 아보카도 앞을 지나칠 때면,

무심하게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친 내가 경솔했다고 느낄 만큼,

맛은 너무나도 훌륭했다.


연어와 아보카도,

그리고 그 위에 뿌린 라임, 올리브유, 후추까지.

맛의 조화가 너무나도 어울려,

이것이 어쩌면,

라따뚜이 영화에서 요리사 쥐가 여러 가지 식재료를 한 번에 먹고,

폭죽이 펑펑 터지던,

그런 맛의 어울림일까?

행복감이 찾아왔다.


요즘 타르틴을 해 먹으면서,

와인에도 눈을 뜨게 되어,

남자친구와 함께 와인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다.


새로운 맛의 지평을 여는 일은,

미지의 땅에 깃발을 꽂는 쾌감을 준다.

그리고 이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마시며 즐거워할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것 또한,

행복이 되는 요즘이다.


고작 바게트뿐일 시작이었지만,

이것도 올리고,

저것도 올려 보고는,

난생처음 보는 치즈와 재료의 조합에 놀라며,

그러나 또 호기심이 왕성이 부풀어 오르는,

그런 와중에 즐거운 추억을 하나 더 간직하는,

이 시간이 너무나 좋다.


늘 한식만 요리하고,

기껏해야 파스타정도 해 먹던 내가,

프랑스 음식을 직접 해 먹으며,

꽤나 괜찮은 맛에 우쭐도 하고,

다음엔 또 무엇을 해 먹을까 하루 종일 들떠 있는 이 시간을,

이제라도 찾아내 정말 다행이다 싶다.


어쩌면 이 취미들이 모여,

십 년이 지난 어느 즈음에는,

나는 또 새로운 직업으로,

새로운 인생과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엔 낯설고 데면데면했지만,

지금은 그 연두색 살갗이 더 궁금해지는 아보카도처럼,

이제는 더 이상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너를 조금은 알겠다는 확신으로,

더 많은 미지의 식재료를 파헤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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