ÉP.10 후무스 토마토 살사 타르틴

HOUMOUS & SALSA DE TOMATES

by 흩날림문고


새로운 환경,

새로운 나라에서 산다는 느낌을 주는 것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으나,

나의 경우엔 주로 바이브와 음식,

이 두 가지였다.


미국에서의 삶이 독특했다고 느꼈던 것은,

친한 언니와 함께,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나라의 레스토랑을,

도장 깨듯 다녔던 순간이었다.


미국을 가기 전 나는,

푸드코트에 가면 언제나 그랬듯이,

김치찌개를 시켜,

밥 한 공기를 뚝딱 말아먹고는 했다.


지극히 편향된 삶과 편협한 미각,

내가 보는 세계는,

나의 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맞다. 나는 맛을 보는 대로 세계를 인지했다.


Melting Pot.

그런 나의 삶에,

미국이 주는 가지각색의 찬란한 맛과 멋은,

낯설었으나 어딘가 안정감을 주었다.


그것은 모든 이들이 그렇듯,

익숙함으로부터의 도피,

고향을 떠나고자 하는 발버둥이었을지 모르겠다.


오랜 시간을,

상상 속에서만 난민과 다양성에 대한 꿈을 키워 왔던,

새내기 인권 운동가의 눈에,

미국은 각종 탐스러운 과일과 희귀한 생명이 태동하는,

에덴동산과도 다름없었다.


그중에서도,

그리스 이민자가 운영하던,

그리스 식당의 후무스는,

난생 태어나 처음 맛보는,

충격과 황홀의 교차점이었다.


다섯가지 맛의 후무스를,

빵에 찍어 먹으며,

그리스의 맛은 이런 것이구나,

감탄했다.


이십 대 후반에 다다라서야,

겨우 시작된 나의 기행이,

아깝기도,

다행이기도 했던 순간.


나는 미국에 가서야 비로소,

나의 세계를 확장시켰다.




후무스 토마토 살사 타르틴
HOUMOUS & SALSA DE TOMATES


먼저, 깡파뉴.


최근 쿠팡에 대한 이런저런 안 좋은 소식들에,

괜찮은 대안이 있을까 찾아보던 찰나,

마켓컬리를 구독하게 되었다.


계속 인상되는 쿠팡의 구독비와는 달리,

1900원? 의 비교적 낮은 구독비에,

새벽배송과 친환경 포장,

생각보다 1인 가구에 적합한 재료의 양에,

너무도 놀랐다.


특히 감탄을 했던 부분은,

프렌떼의 ‘플레인 호밀 깜빠뉴’였다.


웬만한 베이커리에서 직접 공수한 깜빠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오븐에 구웠을 때 맛이 생동했다.


첫 입에,

신선함과 고소함이,

입안 가득 채워지는 풍미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다만,

처음 시키면 냉동한 채로 배달이 되므로,

살짝 녹여 일일이 컷팅을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살짝 있다.


그래도,

맛만 좋으면 됐지.

단골집이 생겼다는 기쁨에 마음이 떨려온다.


다음, 토마토.


그래,

사실 이번 재료는 모두 마켓 컬리에서 구매했다.

그리고 나는 완전히 사랑에 빠졌다.


신선함과 저렴한 가격.

쿠팡이 더 쌀 거라는 판단을 부수고,

마켓 컬리가 우위를 점했다.


토마토는 어찌나 탱글 하던지,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그다음, 후무스.


후무스는 잭스빈의 ‘후무스 오리지널’을,

7,400원에 구매했다.


고소한 풍미가,

요리에 너무도 적합했다.

기회가 되면 다른 맛들도 살펴보고 싶다.


다음, 부추와 타임.


어떤 이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손질되어 나오는 재료의 신선함을 어떻게 보장하며,

요리의 근본을 해치는 게 아닌가?


완전히 반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게 요리란,

만드는 것 못지않게,

낭비되는 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기에,

손질되어 나온 1인 가구용 재료를 구매하는 것이,

내게는 적합하다 느낀다.


이번에 타임은 처음 구매해 보는데,

이번 요리에 정말 없어서는 안 될,

킥이라고 할 정도였다.


향신료라는 말이 너무나도 어울릴 정도로,

갖가지 재료의 맛을 향으로 수렴시킨다.


마지막으로, 레드페퍼, 레몬즙, 마늘, 올리브유, 후추.


요리의 주 재료는 아니지만,

이들이 없으면 맛은 시작될 수 조차 없다.


내 사랑 후추.

회사에 쓰던 것을 가져다 두고,

새로 또 장만했다.


마음이 뿌듯하다.




요즘의 하루하루는,

충만하다는 느낌이 사그라들고,

완전한 기쁨도 고통도 없이,

미지근한 물을 첨벙이는 기분에 젖어 있었다.


한 번 말을 내뱉을 때에도,

떠오르는 생각 한 조각에도,

사랑을 담고자 했던 나는,

어느새 거치지 않고 내뱉는 말과 행동을,

아무렇게나 늘어뜨려 놓았다.


그런 나의 예민한 무심함을 알아챈 남자친구는,

이미 한 달이 지난 나의 보직 변경을 축하하며,

“파티”라는 말을 끌어냈다.


오랜만에,

함께 음식을 준비하며,

정성을 먹고 마시며,

나는 참으로 낯설고도 익숙했어야 할 감정이,

다시금 나를 찾아오고 있음을 느꼈다.


누군가 음식의 구성 요소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더러는 재료 본연의 맛과 조합,

누군가는 요리사의 노력과 재능,

레시피를 이야기할지도 모르나,

나는 음식을 나누던 추억을 이야기하겠다.


후무스 토마토 살사 타르틴은,

추천하고 싶을 만큼,

후무스의 고소함,

토마토와 레몬즙의 새콤함,

그리고 부추와 레드페퍼의 알싸함이 어우러진,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들의 조화로운 맛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남자친구가 첫 입을 먹을 때,

살짝 찌푸린 행복한 미간의 주름,

놀라움으로 커진 나의 눈동자,

그리고 서로를 위로했던 말들,

그 모든 기억들이 덧입혀진 맛이었다.


인간은 살기 위해 먹어야 한다.

나는 살아 내기 위해 추억을 먹어야 한다.


오늘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맛있는 음식에 좋은 추억을 듬뿍 발라,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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