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알이 맺힌 포도알 하나의 추억을 맺고 싶다

26. 1. 10. 토요일 D+34

by 흩날림문고




시끌벅적했던 연말이 지나고,

또다시 새해가 밝았다.


이상하리만큼 들뜬 마음과 나태함을,

누구나 어느 정도는 눈감아주는,

연말의 온기가 가라앉자,

나의 일상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직장에서의 고단함과 지루함도,

부정적인 사람들의 감정이 눈에 띄는 것도,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작가에 대한 욕망도,

시들어 있는 나의 마음도.


여전히 나는 왁자지껄히 웃다가도,

돌아서면 내가 나의 웃음을 앗았다.


언제쯤이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을 더 밟아야,

나는 다시 살아나게 될까.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될까.


매년 나는 연초에,

작년의 하루를 돌아보고,

올해의 기도제목을 편지지에 적어,

봉투에 넣고 밀봉한다.

그리고 다음 해에 다시 열어본다.


올해의 나의 바람은,

어쩌면 작년을 마무리하는 그 시점에도,

아니, 작년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오직 하나였다.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기쁘고 즐거워
기대하게 되는 한 해가 되길


포도가 주렁주렁 열리면 좋겠다.

알알이 맺힌 추억들이 탐스럽도록.


꽃이 저무는 시기가 올 때마다,

혹은 인생의 끝자락에서,

포도알을 떼어다 입에 물면,

나의 인생이 풍만히 차오르도록.


올해 나는 포도알을,

실한 포도알 하나의 추억을 수확하는,

차오르는 계절을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