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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창업 Apr 03. 2022

새로운 게임을 하고 싶은 아들 VS 엄마

지독하게 사랑해서


시시각각 세상이 변한다. 나도 이렇게 느끼는데 유행과 또래집단의 영향에 민감한 아이들의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화한다. 아들은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본인의 장점 10가지를 써오라는 학교 숙제에 잘 먹는다와 활발하다가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 아들은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도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그렇듯이 세상 유행하는 게임을 어디서도 그렇게 잘 알아오는지 게임 뉴스 저리 가라 이다.


또한 본인이 하고 싶은 게임에 대해 왜 그 게임을 해야 하는지 논리적이기보다는 언제나 감정적으로 나에게 읍소를 한다. 그럼 나는 뻔히 알면서도 아들의 눈빛에 흔들려 대개는 허락을 하고 만다.


오늘도 아들은 친구들과 놀다가 새로운 게임 정보를 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아들친구 3인방은 게임도 열심히 하지만 자기 할 일도 열심히 하고 지들끼리 대화를 엿들어 보면 학원의 레벨 시험에 대해 가끔 걱정도 하고 남의 반의 수준을 염탐하기도 하는 귀여운 초등학교 5학년 생들이다. 어느새 한 녀석은 나보다도 키가 크다.


아들이 열심히 내 감정에 새 게임을 해야 하는 이유를 읍소하길래, 초등 문해력에 대한 책을 읽고 있었던지라 니가 왜 그 게임을 해야 하는지 논리정연하게 6가지 이유를 써 오라고 했다. 말로 하면 안되냐길래 글로 생각을 정리해 보라고 엄포를 놨다. 그랬더니 아들은 진짜 연필을 쥐고 이유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는 모습이 웃기기도 한걸  참아 본다.


아들은 6가지 이유를 댔고, 나는 남편에게 결정을 미뤘다. 그랬더니 아들이 쓴 이유에 남편은 무자비하게 밑줄을 그어 가며 조목조목 반박을 했다. 빨간펜이 아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그런뒤 오늘 게임요청에 대한 최종 결론은


" 그래도 아빠는 엄마의 결정에 동의하고 따를 것이다 " 라는 나에 대한 지지이다.


우린 이렇게 대부분의 자식 문제를 한팀으로 해결한다. 15년을 살아보니 우리가 한팀일때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끼고 부모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엄마에게 반항하면 아빠 한테 혼나고 아빠가 하지 말란 짓을 아빠 없을 때 하면 엄마가 아빠랑 내통하고 있다는 걸 안다.


아들은 오늘 총 4시간 게임을 했다. 물론 지 할일을 다 하고 하는 게임이지만 나는 솔직히 가슴에서 불이 났다가 혼자 삭혔다가 심장이 요동친다. 분명히 주중에는 게임을 하지 않고 주말에 할일을 한 뒤 하는 게임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겠다 약속했다. 다만 최장 시간은 정하고 하기로 정한 게임한 한다라는 입장인데 아들이 컴퓨터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는게 참아내는게 쉽지가 않다. 이정도면 많이 했다 싶었는지 아들은 내 눈치를 보더니 친구에게 농구를 하러 가자며 집을 나선다. 아들의 어깨가 예전보다 많이 넓다.


애의 행동 하나하나를 꼬투리 잡고 하나하나를 가르치려 들면 엄마 = 잔소리 이다. 그렇지 않기 위해 나는 허벅지를 찌르며 최소한의 얘기를? 지적을? 하려고 노력한다. 현재까지는 다행히도 아들은 본인의 대소사를 나에게 시시콜콜 얘기하고 닮고 싶은 사람은 엄마라는 말도 서슴치 않는다. 게임을 깔고 싶은 이유를 대라는 목적이 문해력 향상이란건 상상하지도 못한채 말이다.


나는 넛지를 읽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아들이 모르게 그애의 결정에 넛지를 가할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엄마이다. 사랑하니까, 사랑해서 남이 잘못건드려 부서진 탑처럼 우리 아들이 그렇게 부서질까바 지켜 주고 싶은 마음과 사랑하니 믿고 맡겨 주자는 마음이 매일 같이 공존한다. 아들을 20년 정도 더 키우면 그제야 온전히 아들에게 모든걸 맡기고 믿을 수 있을까. 여전히 잠든 아들을 보며 전전긍긍하는 나는 아들을 지독하게 사랑하는 12년차 여전히 아들에게는 아들이 처음인 초보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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