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기업으로 살아남기
“내가 이런 시대를 다 살아보네~”
코로나 초기에 제가 투덜거리며 곧잘 했던 말입니다.
1인 기업 6년 차를 넘기는 과정에서 만난 코로나 초기, 저는 2월 중순에서 4월 중순까지 거의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가정에서 나가는 생활비는 비슷했고, 언제 일을 다시 시작할지 모른다는 압박감은 꽤 절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 두 달 사이에 겨우 몇 건의 상담만 진행했을 뿐입니다.
다행히 4월 중순부터 조금씩 다시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확실히 상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 어려움은 다행히 하반기엔 밀린 일감으로 되돌아와 줬고, 이후 다시 궤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리 전제하건대, 지역유행인 1.5~2단계까지는 어떻게 버텨보겠는데, 전국유행 기준인 2.5단계 이상은 사실 지금의 저도 별 대책은 없더군요. 그나마 저의 경우 온라인 강의를 위주로 진행은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온라인 강의는 실제 현장 강의와 비교할 경우, 베스트로 뽑아낼 수 있는 만족도가 80% 정도(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나마 초기 온라인 강의에 비해 훨씬 올라온 수치입니다)선이기에 교육 의뢰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을 넘기면서 깨달은 것들이 있어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저의 최근 책 ‘창업비용 2만원, 1인 기업으로 살아남기’는 9월에 출간된 책이다 보니 사실상 상반기 정도까지의 코로나에 대한 생각을 책에 일부만 담았었습니다. 좀 더 경험을 해 본 결과로 보면, 지금 상대적으로 훨씬 안정적인 조직(공공영역이나 대기업, 혹은 앞서가는 IT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과 비교하긴 힘들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1인 기업이 코로나에 유난히 더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먼저, 1인 기업은 기본적으로 ‘유지비’라는 것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개인이 공부를 하는 것과 그에 따르는 비용 정도일 텐데, 다른 사업이나 자영업자에 비하면 송구한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친구는 직원들을 모두 내보냈지만, 아무 것도 안하고 숨만 쉬어도 월 오백이 들어가는 상황이라 합니다. ‘가볍다’라는 것은 확실히 이 시대에는 경쟁력이 됩니다. 거기다 집에서 계속 머무를 경우 ‘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습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그동안 부족했던 공부를 채울 수 있다는 장점도 일부 있겠네요.
두 번째로 역시 가벼움에 기인하는 장점인데요.
변화에 대응해 수입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만 보면 원래는 수입의 80% 정도가 대면 강의였고, 15% 정도가 상담, 기타 수입(글쓰기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대면 강의가 60% 정도로 줄었고, 비대면 강의가 10% 정도, 상담수입이 20%, 기타 수입이 5%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코로나가 지속된다면 비대면 강의는 더 늘어나겠지요.
어쨌든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은 1인 기업의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 어려운 과정을 지나다 보니 두 가지 행운이 따랐음을 알게 됐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생각보다 두터운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어려운 와중에도 제게 일을 주거나 혹은 추천 등을 통해 일을 연결해 준 분들 덕에 생각지도 못한 곳들에서 일이 들어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나마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저희 가족을 살리신 분들입니다~^^;;)
두 번째는 솔직히 이 일에 진입할 때는 별로 고려치 않았던 제 직업의 속성 덕분입니다. 그건 바로 직업강의와 상담 분야가 일종의 ‘하이에나 산업(불황에 더 일이 많아지는 산업)’이라는 사실입니다.
1인 기업은 확실히 어떤 분야인가 하는 문제가 위기상황에서 많은 것들을 갈라놓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최근에 만났던 이들 중에 IT를 기반으로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바쁘거나 상대적으로 덜 타격을 받은 것을 보았습니다. 확실히 온라인과의 친밀도라는 측면에서 강한 1인 기업이 이런 시대에는 강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격변하는 상황’이 코로나 하나로 한정되는 것일까요?
잘은 모르지만 과격한 변화들은 수도 없이 발생할 것이고, 우리는 어떻게든 헤쳐가야 할 겁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다양한 변화들을 안고 살아가는 작업일 테니까요. 좀 더 마음이 단단해져야 견딜 수 있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일할 때조차 저 역시 불안한 마음에 가끔 외줄을 타는 심정으로 다니기도 합니다만 이 변화는 선택사항이 아니니 품고 가야겠지요.
결국 1인 기업이 이 난관을 뚫기 위해서는 ‘유지의 가벼움’과 ‘빠른 변화’,
‘인적 네트워크’, ‘온라인 친화성’ 같은 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대입니다. 특히 자영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에겐 더 가혹한 한 해입니다. 이 가혹함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내년 말까지라도 없어질 수 있기를, 그래서 다시 마스크 없이 웃는 얼굴로 생업에 뛰어들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빌어봅니다. 사람들의 웃는 맨 얼굴이 그리워지는 하루입니다.
모두 기운 잃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