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재와 함께 하려면
요즘에는 독과점 문제로 욕을 많이 먹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스타트업 중에서도 발군의 성장을 한 배달의 민족에는 이런 슬로건이 붙어 있다고 한다. 나는 사실 이 슬로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늘 개인의 편에서 상담을 진행했던 나로선 이 마인드가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이렇게 확연한 관점을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문장을 해석하는 것도 아마 저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패기 있는 회사’답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어차피 정년보장 안 되는 회사’의 단면이라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회사의 입장에서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고 솔직한 접근이 아닐까 싶다. 또한 개인의 관점에선 이런 자세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직업관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몇 곳의 회사나 기관을 거쳤다. 그곳들은 대부분 대인접촉이 많은 곳이었고, 대체로 데스크 인포메이션 업무로 여직원을 두곤 했다. 여기서 일했던 친구들과 나는 꽤 많은 얘기를 했었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사실 그 자리가 그다지 좋은 급여를 보장하거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아무나 앉히기에는 또 만만치가 않다. 왜냐하면 그 조직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처음 만나는 얼굴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라 엉뚱한 친구를 앉혀 놓을 경우 나쁜 인상을 주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데스크 인포메이션을 겪어 봤지만, 확연히 일을 잘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티가 나기 힘든 곳에서도 사람들을 잘 영접하고, 행정업무도 지원하며, 다양한 요소요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친구들 말이다. 문제는 이런 친구들은 그 자리에 그리 오래 있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 대표는 내게 “좀 쓸만하면 그만 둔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 대표의 아쉬움이야 이해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들의 반응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내 눈에 쓸만한 사람은 다른 이의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 그런 친구들이 티도 잘 나지 않는 일, 오랜 시간이 있어도 업무내용이나 급여체계가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는 곳에서 오래 있을 이유가 없다.
그들에게는 ‘의미 있는 다음 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말을 했었다. “좋은 친구들은 다음 진로를 열어주고, 물 흐르듯이 순환시켜야 조직에 생기가 돈다”고...
그렇게 잘 기초를 다진 친구들을 그 회사에서 원하는 포지션으로 이동시킨다면 일에 대한 기초가 탄탄할 뿐만 아니라 업체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검증된 친구들이기에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마냥 같은 자리에 그대로 눌러 앉히려 하면 ‘갈 곳 없는’ 사람들 외에 누가 남아 있겠는가.
모든 일에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조직이 인재에게 바라듯 인재들도 일에서 자신만의 희망을 만들고
꿈꿀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꿈이 있는, 성장하는’ 인재를 품을 토양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평생직장은 없다. 최고가 되어 떠나라’는 표현이 더없이 적절한 지침이라고 본다.
열심히 일하자. 그리고 정말 ‘최고’가 되어 ‘박수 칠 때 떠나 보자’. 당신도, 당신을 떠나 보낸 이들도 아쉬움 속에 서로를 좋은 모습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헤어짐이 가장 멋진 재회를 만들어준다.
이런 게 ‘좋은 인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