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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형제간 불화가
늘어나는 이유

스마트 에이징

나이 들어 형제간 불화가 늘어나는 이유          


나이 들며 느끼는 것 중의 하나로 젊은 시절 상상하기 힘들었던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형제자매 간 불화인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속사정을 가끔 들여다 보는 직업이고, 또 나 역시 나이 들어가다 보니 뜻밖일 정도로 노후 형제자매 간 다툼이 많은 것을 심심치 않게 본다.   

  

그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가족 중의 하나와 갈라지는 문제는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이 부분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만약 당신이 그런 존재 중의 하나라면 감사해도 좋다. 간혹 형제자매가 늙어가며 서로의 위안이 되는 경우도 보는데 이 정도면 거의 ‘축복’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형제자매 간 불화가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보면 두 가지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1> 돈의 문제

첫 번째는 만인의 고민이자 재앙이라 할 만한 ‘돈’과 관련된 문제고, 두 번째는 나이 들며 생기는 성향의 차이가 극복하기 힘든 차이를 만드는 경우다. 

먼저 첫 번째 돈의 문제를 보자. 이때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질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유산의 문제다. 조금이라도 나눠 줄 재산이란 것이 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정확히 나누는 것이다. 아마도 그러면 그나마 불만들이 좀 줄 텐데...부모도 인간인지라 더 불쌍해 보이는 자식, 혹은 더 믿음이 가고 애정이 가는 자식이 있다 보니 유산이 한쪽으로 쏠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이런 부분에선 역사적으로 한국에선 여성이 압도적인 피해자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 시절 형제자매는 누구보다 친한 존재였을 것이다


자식 입장에서야 뻔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군 더 받고, 누군 덜 받는 것을 누가 좋아할까?

당연히 예민해진다. 불과 천만 원 정도의 유산에도 형제자매 간 소송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유난히 공정, 공평에 민감한 세상에서 누구도 그런 부분을 쉽게 인내하려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면서 부모는 죽을 때 “형제자매 간 화목해라~” 같은 유언을 남기는 경우가 있는 것 같은데...이건 성립이 어려운 얘기다. 이미 불씨를 부모가 만들어놓지 않았는가 말이다. 

아, 물론 예외는 있다. 누가 봐도 부모를 모시는 일에 열심인 자식이 있다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때도 충분한 설명과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사후에 자식들이 원수처럼 지내거나, 데면데면해서 남만도 못한 사이로 지내길 원치 않는다면 말이다.  

   

돈과 관련된 두 번째 문제는 부양의 문제다. 재산이 있는 부모가 형평성이란 관점에서 자식들에게 상처를 남긴다면, 재산이 없는 부모도 부양이란 문제 때문에 자식들에게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누구라도 잘 사는 사람, 혹은 정말 효자,효녀가 있어서 나서서 부모를 부양하겠다면 다행일 텐데 이게 명확하게 서로 이해되지 않을 때 자식들 간의 분쟁은 커진다.

특히, 제대로 된 온당한 사랑(혹은 재산?) 못 받았다고 생각하는 자식이 부양 담당자로 남게 되면 그 감정의 억울함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 감정의 억울함은 각자 모두 ‘나름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스스로들 생각한다는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야 ‘이것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 구실 하도록 키워줬더니 이제와 계산만 하느냐?’며 개탄스러워 할 수 있다. 당연하다. ‘자식을 키우는 것만큼 계산이 안 되는 활동’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자식들은 그럼에도 섭섭해 한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보면 뭔 놈의 가족관계가 ‘부모도 억울하고, 자식도 억울한’ 상태로 남는 경우가 많다. 

원래 위(부모), 아래(자식)는 계산법이 다르다.   

 

어쩌면 자식을 키우는 것 만큼 남는 것이 없는 장사도 없을 것이다 



2> 쉽게 인내 되지 않는 성향의 차이

거기에 두 번째로 ‘나이 들며 생기는 성향의 차이’가 덧씌워지면 결정타가 된다.

나이 들면 대체로 누군가의 간섭이 싫어진다. 부모건 형제건 마찬가지다. 그뿐일까?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경우가 많다. 다 그렇다고 일반화할 건 아니지만 나를 포함해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보는 현상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불편하게 들리기 시작”해서 은퇴할 시기가 됐다는 것을 알고 그만두려는 어떤 CEO의 얘기를 젊은 시절 본 적이 있었다. 그 얘기가 왠지 모르게 오래 기억에 남았는데 그 심정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듯하다.


정말 확실한 것이 아니면 내 고집을 꺾고 싶지 않고, 내 생각을 접고 싶지 않다. 누군가의 바른 소리도 간섭이나 관여로 불편한 판에 형제 간의 부대낌이야 더욱 받아들일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나마 서로가 좀 양보하면 될 테지만 어느 한쪽이 “나는 원래 그래”라는 식으로 나오면 결국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라며 똑같은 태도를 견지하다 부딪히게 된다.     


그러니 나이 들어 좋은 형제자매 사이를 유지하려면 부모의 부단한 노력과 함께 자식들의 상당한 마음 관리와 소통의 기술이 필요하다. 마음에 남은 조그만 앙금은 언제든 커져서 거대한 벽을 만들기 쉽다. 어쩌면 그것이 요즘 더 보기 쉬운 노후의 형제자매 관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부모, 자식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가족만큼이나 형제자매 간 우애에도 요즘은 더욱 시선이 간다. 귀한 것을 알기에 부럽기도 하고, 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좋은 형제자매 관계는 누군가의 삶에 주어진 '귀한 축복'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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