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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에게 잘하고 있는 것일까?

자녀교육

나는 아이들에게 잘하고 있는 것일까?     


아침 7시, 학원에서 오는 차를 타기 위해 딸아이와 집을 나섭니다. 

잠이 많고 유난히 아침이 취약한 딸은 오늘이 첫날이라 그런지 표정은 별로 좋지 않지만 나름 힘을 내고 있는 듯 합니다. 고3의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알아서 잘 하겠지’란 마음으로 있었는데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생활이 너무 느슨해지니 힘들다는 딸아이의 말에 결국 학원에서 진행하는 ‘윈터스쿨’이란 프로그램에 참여키로 했습니다.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10시까지 학원에서 타이트한 통제 아래서 학습을 하게 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던 부모는 아이의 말에 한번 알아보다가, 그나마 좋은 곳은 자리도 없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찌어찌 한 곳을 들어가기로 했는데, 서민가정의 수입으로는 좀 벅찬 금액입니다. 하지만, 겨우 한 달 정도니 한 번쯤은 해주고 싶은 마음에 무리를 했습니다.     


거침없이 모래사장을 누비던 아이는 이제 세상 사는 것을 걱정하는 나이가 돼버렸습니다


딸을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나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었는데...’라는 미안함이었습니다. 어쩌면 너무 빨리 세속적 사고방식에 맞춰가도록 아이를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됩니다. 제 시절에도 그런 게 있었는지 모르지만 사교육이란 것을 한 번도 받아본 적도 없었던 저로선 한편으론 이런 거라도 해줄 수 있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게 옳은 건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됩니다.


만약 처음부터 일체의 사교육을 배제했었다면 아이는 어떻게 자랐을까요? 


딱히 지금보다 많이 모자랐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부모의 개입이 적었다면 좀 더 스스로 일어서는 힘을 키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대학은 좀 더 이름값이 떨어지는 학교를 갔을지 모르지만, 스스로 자신을 이끌어가는 삶의 방식은 좀 더 단단해지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해봅니다. 어쩌면 부모의 역할이란 것에 충실하려다 아이의 자신감이나 역량을 깎아먹은 건 아닌지 그도 걱정됩니다.     


그나마 ‘어떤 부모든 이런 고민과 혼란 속에 자식을 키우는 게 아닐까’란 생각에 위로 아닌 위로를 스스로에게 해봅니다. 또 내 방식이 좀 틀렸더라도 아이가 내 선의를 알아주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런 마음을 알려면 내 아이가 자신의 아이를 키울 때쯤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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