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이면
“그래도 넌 삶에 여유가 있으니 퇴직이란 걸 하는구나”
한 지인의 퇴직에 대해 그 사람의 친구가 해줬다는 말이다. 그 지인은 생각지 못했던 통찰을 친구의 말에서 얻었다고 했다. 일에서 우리는 정말 자유를 찾을 수 없는 것일까?
일찍이 ‘일의 발견’이라는 명저를 남긴 조안 B. 시울라는 책에서 일에는 3가지 자유가 있다고 언급을 했다.
첫 번째는 원하는 때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두 번째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자유다.
그런데 이 중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자유를 부여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성인의 관점(재벌 2세 같은 것이 아닌)에선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원하는 때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도, 원할 때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사람도 극소수에 가깝다. 그나마 직업선택의 자유 정도는 법으로도 보장이 되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절박하게 걸리면 누군가에겐 이 또한 ‘헛소리’일 뿐이다.
그럼 우리에겐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써니 그로소는 일에서 행복을 얻는 4가지 방법에 대해 얘기를 했다.
첫 번째는 일에 대한 자율권을 자각하는 것이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때 대체로 일에서의 만족감은 올라간다.
두 번째는 일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전문가로서, 혹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일을 통해 더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면 일에서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세 번째는 직장에서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이다. 동료가, 상사가 함께 일할 만한 사람이라는 마음이 들고, 그들과의 관계에서 좋은 팀이란 유대감이 생기면 그 일은 충분히 할 만한 것이 된다.
마지막은 일의 비전과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은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일과 직장에서 충분한 자유를 가지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충분히 공감은 가지만 이 역시 어려운 얘기임을 부정하긴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일을 언제 시작할지, 어떤 일을 할지, 언제 그만둘지 보다는 현실적으로 좀 더 가능성 있는 가이드를 준다.
일은 인간의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것이고, 어느 순간에는 그것이 무엇이든 해야 하기에 내재적으로 자유라는 이상과 만나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무런 선택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라도 내가 상황과 환경을 바꾸고, 내게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더 만족스러운 삶을 향해 나아가려 할 때 일은 좀 더 만족스러운 것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이 일에 대해 많이 지쳐 있다면, 이제 그런 노력을 시도해 볼 때가 된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