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배의 조언
10년이 다 되어 가는 일이다. 당시 여러 가지로 어려운 고민이 있으면 조언을 구하던 선배에게 찾아가 ‘책 출간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그 선배는 내가 생각했던 내용들을 뒤로 미루며 내게 말했다.(지금은 세세한 기억이 없으니 요점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그냥은 안 되고, 네가 돈을 직접 내면 자비출판 형태로 책을 낼 수 있다. 사실상 그것만이 현실적 접근방법이다.”라는 요지였던 것 같다.
나름 설레는 마음으로 갔는데 막상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맥이 탁 풀렸다. 나는 그 선배에게 무언가 더 나은 대안을 기대했던 것인데...그 선배는 대단히 현실적인 얘기만 했던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조언이었지만, ‘가능성을 부정당하는 마음’에 속이 쓰렸다.
10년이 흘렀다. 그냥은 책을 못 낼 거라던 내가 2권의 책을 냈고, 한 권은 출간 스탠바이 상태, 그리고 또 한 권은 내년 중순을 목표로 이미 계약금을 받고 글을 쓰는 중이다.
인생이 참 그렇다. 보이지 않을 때는 전혀 길이 없을 것 같았는데 한번 가보면 어디에도 길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길을 알게 되어 기쁘고 또 누군가에게 말해 줄 수 있어서 좋다.
책을 낸다는 것은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의 바람이었고, 나는 아주 종종 삶의 곳곳에서 10년 전의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어렵지만...가능하다’라고 말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사실 출판의 영역에선 참 독특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들 중 누군가는 내 책의 가능성을 알아봐 줄 이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시도하고 부딪히는 노력이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열심히 기획안을 쓰고, 매력적인 콘셉트를 잡고, 그 책이 팔릴 수 있음을 어필해야 한다.
내 돈을 전혀 들이지 않고, 글을 쓰는 노력만으로 세상에 나의 생각을 전하는 일이 ‘그림같이 쉽게 풀릴’ 거라는 기대는 너무 낭만적이다.
아마도 꽤 많은 좌절 속에, 또 그 나름의 배움을 얻을 것이고, 때로는 나를 바꾸고, 세상을 설득하며 나아가게 될 것이다. 너무도 다행스러운 것은 세상의 모든 일이 으레 그러하듯 한번 하고 나면 다음은 더 쉽다는 것이다.
요즘은 자주 글을 쓴다는 것이 두렵고 짐이 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이 작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이것이 나를 성장시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언젠가 내게, 나의 글들이 친구처럼 다가와 속삭여주면 좋겠다. ‘나를 꺼내달라고, 나와 함께 다른 사람의 마음도 간질여 보자고’
그런 순간이 오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나의 서툰 글과 함께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