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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_이범 著

책 속으로 잠수하다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이범      


책을 말하다>


‘진리는 경험을 통해 확증될 수 있는가?’

‘우리는 욕망을 해방시켜야 하는가, 아니면 욕망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는가?’

(프랑스 대입시험 문제 예시)

‘수업 시간에 읽은 소설(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원작)의 배경보다 5년이 지났다고 가정하여 작중 인물 B의 입장에서 작중 인물 A(주인공)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시오.‘

(독일 문학문제 예시)

‘파편화된 사회보다 하나로 뭉친 공동체를 위해서 총리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공모한다. 총리에게 보낼 서한문을 작성하라. 공동체 형성을 도모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왜 자신의 프로젝트가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논하라.’

(스웨덴 대입시험 국어문제 예시)     


모두 유럽 쪽의 대입시험 주제로 나온 문제들이다. 당연히 논술식이다. 이런 문제들을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입시험을 위해 다룬다니...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일까?

딸아이가 곧잘 공부는 잘하는데도 어떤 자기만의 독특한 사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때마다 ‘이런 부분들의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며 자문했던 기억이 있기에 당혹스러운 선진국들과의 비교에 씁쓸함이 남는다.      


저자는 독특한 이력의 교육전문가다. 한때 연봉 18억을 벌었던 스타 강사 출신으로 메가스터디의 창립멤버이기도 했다. 그 후 사교육에 환멸을 느껴 학원가를 은퇴했고, EBS 강사, MBC FM [이범의 시선집중] 등을 진행 중이며 교육청 정책보좌관 등 교육정책에도 다수 관여했다. 

그래서일까? 교육시장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단순한 지식의 설명보다는 이면의 통찰을 제공해주는 글을 좋아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시대가 당면한 장기적 파국(저출산), 단기적 파국(1990~2000년 출생자들의 고용 미흡)을 지적하며, 이것들의 이면에 양극화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가 받아온 교육의 실체는 어떠했으며, 노동시장의 변화가 어떠한지 역시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직업분야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그가 말하는 노동시장의 변화는 단순한 듯 하면서도 이면의 다른 시각(탈스펙, 탈학벌의 원인 분석 등)이 존재해 흥미로웠다.      


마무리에서 저자는 애국적 진보와 연대의식, 그리고 양보혁명을 이야기한다. 그것으로 기존 진보의 통념에 도전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큰 그림의 방향성은 맞을 수 있으나 대부분 해결이 ‘의식의 혁명’에 맞춰져 있어 개선에 대한 단절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다. 교육은 이 모든 것의 이면에 존재한 뿌리가 된다. 교육적 개선이 최종적으로는 먼저이지 않을까 싶지만 그러나 교육의 개선 역시 말만 쉽다. 모든 것이 사회 전반적으로 난마같이 얽혀 있어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     


사회적 개선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나는 20대에 스쳐가듯 읽었던 이문열의 단편, ‘필론의 돼지’가 생각난다. 풍랑으로 침몰하는 배안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현자 필론이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돼지를 보면서 흉내를 낸다는 모티브를 기반으로 한 이 소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단편의 주인공이나 필론은 마치 요즘 우리 시대 지식인의 모습 같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것은 ‘이 어지러운 시대 속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이 아닐까란 조금은 엉뚱한 결론을 얻게 한 책이었다.  


        

마음에 남다>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 국가들은 대학 입사에 객관식이 없어요. 제가 혹시나 해서 다 찾아봤는데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의 대학 입시에는 객관식이 한 문제도 안 나오고 전부 논술형입니다(p.19)     


-아시아 교육의 특징, 주입교육을 통한 정해진 답이 있는 객관식 질문위주, 그리고 상대평가를 하거나 석차를 매긴다는 것(영국을 본 딴 싱가포르는 예외)(p.27~28)     


-유럽은 유럽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고등학교 교실에서 객관식 문제를 풀 이유가 없어요. ㅇ럽은 애초에 대입 시험이 논술형이고, 미국은 대입 시험이 객관식이지만 공교육과 분리되어 있어 학교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미국의 고등학교 안에서 치르는 시험은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 논술형 내지 수행 평가예요. 사실 고등학교 교실에서 오지선다 문제를 풀고 있다는 건 굉장히 창피한 일이예요. 요새 ‘정답’이 궁금하면 누구에게 물어봅니까?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오잖아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지식을 학생들 머릿속에 넣어 놓기 위해서 국민세금을 많이 쓴다? 이게 점점 용납하기 힘들어지는 거죠(p.40~41)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복지 국가들에서는 왜 (퇴직자들이) 치킨으로 안 쏠릴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는 노동자로 고용될 기회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들 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낮아요. 기업 생태계가 건강해서 크고 작은 기업이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성장률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는 고용보험, 즉 실업급여예요. 저는 이 두 번째 이유를 강조하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실업급여를 못 받는 사각지대도 많고 받아봤자 기껏해야 몇 달이에요. 그런데 독일은 실업급여를 2년까지 주고, 원래 받던 급여의 무려 80%를 줍니다. 스웨덴이 ‘끝판왕’인데 100%를 줍니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많이 줄까요?(중략) 다른 일자리를 찾거나 새로운 직업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마음이 다급해져서 치킨집으로 쏠리면 개인에게나 국가적으로나 좋지 않기 때문이지요(p.64)     


-탈학벌의 원인 3가지(p.102~125)

1)원인 하나, 정부는 더 이상 갑이 아니다.

2)원인 둘, 정기 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

3)원인 셋, 도련님, 공주님의 출현     


-채용 담당자들이 통계를 내보면 이직률이 확연하게 높은 집단이 둘 있다는 겁니다. 하나는 명문대 출신, 또 하나는 ‘강남’ 출신이래요. 채용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취업 컨설턴트들도 똑같은 이야기를 해요(p.123)     


-임금격차의 원인 

갑질: 우리나라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갑질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탈취, 단가 후려치기 등

노동 측의 대응이 파편화: 유럽의 많은 나라는 노동자가 어느 회사에 고용되었는지에 관계없이 산업별로 하는 교섭, 이른바 ‘산별교섭’을 합니다.     


-(우리에게 임박한) 장기파국은 저출산에서 옵니다.(p.160)      


-국민연금은 기금이 고갈된다고 해서 폐지되는 게 아니라 세대 간에 암묵적인 계약에 의해 부양-피부양 관계를 유지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청, 장년 세대의 비율이 낮아지면 국민연금을 도저히 유지할 수가 없어요.(p.162)     

-단기파국은 우리나라 출생율 추이를 보면 지속적으로 떨어지기만 한 게 아니라 중간에 불쑥 튀어 오르는 구간들이 있어요. 특히 저는 1990~2000년 사이를 ‘낙타 혹 세대’라 부르는데요. 출생자 수가 늘어난 것이 그래프에서 마치 낙타 혹 같은 모양으로 보이거든요. 이들이 차례차례 노동사장으로 진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노동 시장에서 이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지요. 이런 상황이 앞으로 5년에서 10년 동안 계속 누적되면 지금까지 본 헬조선은 예고편에 불과했고 진정한 헬조선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보게 될 겁니다(p.163~164)     


-저자의 제안 개념 3가지(p.168~203)

1)애국진보  2)연대  3)양보혁명(일종의 사회적 대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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