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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최선일까?

직업시장에 대한 생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무조건 최선인 걸까?     


정책적인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어떤 정치색도 별로 없는 나로선 특정편향적 이야기로 비춰질 수 있는 논리는 불편하다. 다만, 노동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흔히 말하는 신정부의 주요 어젠다였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늘 약간의 쓴맛을 남겼다.

시장에서 가져올 파급이 만만치 않은데, 나름 공무원 조직과 공공기관을 경험했던 나로선 과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만이 최선일까?’라는 궁금증이 들곤 했다.    

노동시장의 문제를 일개 개인이 풀어낼 대단한 해법은 갖고 있지 못하다. 다만, 어떤 정책도 명과 암의 이중적 결과를 남길 수 있기에 한 번쯤 들여다보고 싶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공공부문 853개 기관에서 17만 4,868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되었고 그 중 실제로 13만 3천 명의 정규직 전환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나름 상당한 성과가 아닐까 싶다. 물론 누군가는 이에 대해서조차도 미진하다. 무기계약직 전환이 많다, 공공영역에만 편중되었다 등등의 이유로 시비거리가 될 것이나 한편에서 그 혜택을 누린 사람들은 충분히 삶에 의지가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늘 고민은 이런 것이다. 이미 정부는 몇 년째 ‘유사 이래 최대’ 수준의 채용을 이어오고 있다.(참고: 2019년 공무원 채용 국가직+지방직 3만 6천 명 규모 예정)

고용이 비상인 상황이었으니 이해는 한다. 그런데 이런 ‘유사 이래 최대 수준의 채용’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거니와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으로만 덮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공공영역에서 벌어지는 고용관련 상황을 보면 늘 거북한 것이 누구든 정규직이 되는 순간 또다른 기득권층이 되며, 웬만해서는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랬을 때 상대적으로 그 기회의 박탈은 다음 세대로 미뤄진다. 해마다 그렇게 뽑지 않는 이상 다음 기회에서 공공영역을 준비하던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는 없을 터이기에 분명히 그런 시기가 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노동시장에서 달콤한 부분을 먼저 당겨서 먹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파이가 늘어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최근처럼 변화가 심한 사회에서 무조건적인 정규직화가 옳은 것인지도 조금은 의문스럽다. 지금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임금과 조건에서 차별받는 것을 줄이는 노력이 아닐까? 실제로 꽤 많은 영역에서 비정규직이란 이름으로 일은 자기들이 하면서 보상과 차별은 숱하게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똑같이는 어려워도 역할이 비슷하다면 그들의 보상 차이를 지금처럼 30~50% 가까이나 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갈증이 생기는 것은 자유롭게 직장이나 직업을 옮겨도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을 지켜줄 수 있는, 시장의 과도한 차이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란 느낌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그저 또 다른 기득권층의 양산에 다름 아니다. 


고용안정성은 양날의 칼이다. 탄탄한 고용안정성의 보장이란 어떤 면에서 조직의 필연적인 경직이나 노후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안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수치를 당장 미래에서 당겨와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다.      


지금의 시대는 변화가 극심한 시대다. 자유롭게 옮길 수 있도록 나이에 대한 제약을 실질적으로 없애고, 같은 일에 대해서는 급여의 차이를 줄여주고, 새로운 일로 옮기더라도 생계의 위협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 실상 우리에겐 정규직화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물론 이 일이 더 쉽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아마도 정부의 고민도 거기에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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