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이면
2013년 세상에 선을 보였던 내 두 번째 책 ‘내게 맞는 직업 만들기’에는 이런 맥락의 얘기가 나온다.
‘50%만 넘어가면 그 일은 최소한 내게 맞는 직업으로서의 기본은 갖춘 것이고 나머지는 스스로 채워가야 하는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것에 대해 ‘100% 채워진’ 존재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어디 사람 사는 세상에 그런 것이 있던가.
세상은, 그리고 인간을 포함해 그 속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들은 놀라울 정도로 모호하고 불안정한 것들 투성이다. 그런데 우리는 매순간 100%가 채워진 어떤 것들을 기대한다. 사람도, 사랑도, 혹은 일에서조차도...
논리적으로 조금만 생각도해 이런 기대는 무리라는 걸 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선택’하면 그 순간 ‘100%가 채워지는 환상’을 기대한다. 이래서 인간의 갈망은 때로 슬프다.
선택하는 순간 해피엔딩은 동화 속에서나 나온다. 여러분이 익히 아시는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같은 이야기들...‘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이제쯤 벗어날 만도 한데 인간의 턱없는 기대는 수시로 현실과 망상을 넘나들곤 한다.
직업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이 다행히 51%쯤 만족스럽다면 당신은 좋은 출발선 위에 서 있는 것이 된다. 나머지는 스스로 그 빈 부분을 채워가야 한다. 환경에 적응하면서, 사람에 적응하면서, 그 일에 익숙해져 가면서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일을 할 때 우리는 완벽한 환경을 바라지만 생각해보면 어딜 가나 ‘도무지 적응 안 되는’ 캐릭터 하나쯤은 직장 내에서 만나게 된다. 매번 그럴 때마다 직장을 바꿀 수는 없다. 익히 아시겠지만 다음 선택에서 그런 인간을 안 만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기억 속에는 ‘지난번 만났던 개차반 같은 상사보다 더 나은 존경할 만한 상사’를 꿈꿨으나 더 ‘심각한’ 캐릭터를 만나 자신의 운 없음을 한탄해 본 경험이 한, 두 번쯤은 존재할 것이다.
그러니 다른 것들과 냉정히 비교해 확실히 더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면 결론은 지금 여기서 관계를 개선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가능성 높은 베팅이 될 것이다.
대개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집중해야 할 포인트를 잡는 것이다. 관계 개선이 더 나아질 여지가 없다면, 악화시키는 것만이라도 방지하면서, 자신이 잘 하는 영역에 집중해 일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 등이 필요하다. 그렇게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확대해가다 보면 문제의 해결 가능성은 좀 더 올라간다.
내 마음에 ‘100% 흡족한 사람’이란 것도 가만 보면 환상 속의 존재나 다름없다. 자기 자신도 마음에 안 드는 판에 100% 맘에 드는 사람이라니....무모한 기대다. 이 역시 부족한 부분은 그대로 인정하고 그 사람의 장점에 집중하며 관계를 포용해 갈 일이다.
매번 이런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면 결국 주위엔 사람 하나 남아나지 않는다.
사실 100% 가진 사람이라면 보통의 나 같은 존재가 뭐 그리 신경이 쓰이겠는가.
어찌보면 상대도 나의 부족함을 인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관계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나는 곳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키워, 더 나은 직장으로 도약하거나, 전문가로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케이스를 숱하게 보곤 한다.
이렇듯 부족한 환경들을 채워 나가는 것을 나는 ‘51%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직업에 대한 만족이든, 인간관계든 51%만 넘으면 된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가진 것에만 만족감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 그를 기반으로 나머지를 채워가 보자는 것이다. 한 번의 선택만으로 되는 쉬운 인생은 이제 TV나 옛이야기 속에만 나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