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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경력을 망치는가?

경력관리

직장인들이 곧잘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오래 하면 전문가’라는 무의식적 자신감이다.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추론이기는 하나, 직업시장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지금 상당 수준의 연봉을 받는 사람을 한 명 가정해 보자.

만약 그(혹은 그녀)가 현재의 직장을 떠난다면 어떻게 될까? 연령이나 다른 복합적인 문제도 작용하지만 사실 스카우트로 인한 퇴직이 아닌 한 예전에 받던 수준(혹은 그 이상)의 급여를 받기는 쉽지 않다.     


이유가 뭘까? 물론 1차적으로 나이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일정 부분 큰 몫을 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회사에서 당신의 역량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거나 여전히 큰 돈을 벌어다 주고 있다고 믿는다면? 혹은 당신이 타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존재라 생각했다면 당신을 그냥 내보내겠다는 판단을 했을까?     


경력직들이 흔히 간과하는 것이 있다. 연공서열 체계가 아닌 한 연봉제로 당신이 한 기업에서 큰 돈을 받았다면 그때는 충분히 그 경력의 가치를 인정받은 상황이었을 것이고 실력도 됐을 것이다. 

문제는 경력도 일종의 살아 있는 존재와 같아서 성장하고 정점을 넘으면
노후화된다는 것이다. 


경력의 하락속도가 유난히 빠른 케이스가 있다. 다수의 경우 경력관리가 잘되지 않아 자신의 경력 노후화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물론 회사는 정치와 역학관계 등의 변수가 많다. 그러나 정말 자신의 경력이 시장에서 가치가 있었다면 퇴직 후 재취업이 늦어질 일은 없어야 하는 것이다.(모든 것이 사내 정치와 역학의 문제라 판단하시면 이 글은 읽지 않으셔도 된다)

만약 잘 관리를 했다면 당연히 빠른 재취업으로 이어지거나, 아니면 새로운 방향으로의 경력전개가 이어졌을 것이다. 이도 저도 없다면? 현재 위치와 지금의 소속기업이 주는 일종의 ‘경력환상’에 빠져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직장에서의 위기가 찾아오면? 관리도 잘 하지 못했고 새로운 지향점마저 찾지 못했다면 ‘왜 이런 일이 내게?’라는 당황스런 질문만 되뇌일 수도 있다. 

원래 삶을 바꾸는 충격은 더 안정된 기반 위에 살던 사람에게 더 타격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지금의 내 위치보다, 내 실력에 집중해야 할 일이다.(실제로 우리는 반대의 노력을 훨씬 더 많이 한다) 

언제가 됐건 직장인은 운명처럼, 혹은 벼락처럼 지금의 조직을 떠날 필연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때는 반드시 온다. 실력이 있다면 안팎을 불문하고 살아남는다. 그러나 현실은 다수의 직장인들이 자신의 핵심경력조차 자신있게 얘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실 잘 나갈 때 자신의 경력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은 진짜 고수다. 


보통의 사람은 잘 나갈 때 그 샴페인에 취해 멀리 보지 못한다. 나는 승리자고 어지간해선 내려갈 일이 없다 믿는다.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오래 가는 예쁜 꽃 없고, 내려가지 않는 고개는 없다. 

절정은 곧 하락의 시작인데도, 내 자리가 탄탄하게만 보이고, 경력하락의 불운은 그저 남에게만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면 당신도 지금 그 안락함에 취한 것일지 모른다.  

   

자기경력을 망치는 주범(主犯)은 생각보다 그리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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