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쓰고 싶어지면 쓰겠지라고만 생각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많은 것들을 그냥
흘려보낸 시간이 꽤 길었다.
인젠,
흘려보내기만 하던 것들을 붙잡아
글로 남겨보기로 한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들여다본다.
흘려보낸 시간들은
대부분 잊은 것 같다가도
이상하게 다시 기억난다.
시간이 지난 뒤에 쓰게 되니
남을 것만 남는다.
그게 오히려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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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걸어오면서
소설이 더 자유로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는
이미 일어난 사실을 써야 하고,
어딘가 밝게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
보이지 않는 부담이 있다.
그런데 나는
있는 그대로를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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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지 않은 상태가
나에게는 더 익숙해서,
나는 스스로를
어두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어쩌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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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단단한 게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계속 걷는 사람이 단단하다고
어디선가 들었었다.
나는
그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주 오랫동안
그 상태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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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국엔 이런 상태가 됐다.
울면서도 계속 걸어가는 사람.
어찌 됐건 도망치지는 않는 사람.
밝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어둡다고 할 수도 없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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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드라마를 하나 보았다.
그 드라마에서는
슬픔이 기본값처럼 남아있는 상태에 대해 쉽게 떠나지 않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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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불행해 보이고
가장 작아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정말로 아닌데도,
축 처진 마음은 기본값처럼 여전히 남아 있다.
어쩌면 평생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고
함께 살아가야 할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들 뭐
그냥 그러지 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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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자주 싫어진다.
쓰고 나면
결국 또 비슷한 이야기 같고,
지겨워진다.
이걸 계속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또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연결이 불편하면서도 연결을 원하는 마음
다시 불편해지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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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고 싶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그냥 글을 쓰고 있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
내 글에서 잠깐이라도
쉬어갈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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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오랜 시간은 영상으로 글을 썼던 거 같다.
자막도 없고, 글이라 할 만한 것도 없지만
그래서 더 진실하다고 느끼는 어떤 상태를
언어로 전달할 수 없는 것들을 담으려고 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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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침묵에 담았다.
설명을 덧붙이지 않으면
나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영상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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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에세이는 나를 웃게 했다.
혼자 잘 지내는, 조금은 귀여운 아저씨.
깊이 저 아래 아래로 내려가 보았지만,
그 어둠에 삼켜지지는 않은 사람.
루틴을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마음속 아이를 지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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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는 치유의 능력이 있다.
보들보들하고 따뜻한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
아무리 안 되던 마음도 조금은 괜찮아진다.
치치가 이불 안으로 들어온다.
내 다리에 붙어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누워 있다.
따뜻하다.
조금 지나니 덥고
한 자세를 계속 유지하자니 다소 불편하지만
그 아이가 붙어 있는 게 좋아서 그대로 있는다.
이사를 하고 불안한지
요즘은 더 자주 따라다니고,
더 가까이 붙어 있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