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도 계속 걷는 사람

by 가가루

언젠가 쓰고 싶어지면 쓰겠지라고만 생각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많은 것들을 그냥

흘려보낸 시간이 꽤 길었다.


인젠,

흘려보내기만 하던 것들을 붙잡아

글로 남겨보기로 한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들여다본다.


흘려보낸 시간들은

대부분 잊은 것 같다가도

이상하게 다시 기억난다.


시간이 지난 뒤에 쓰게 되니

남을 것만 남는다.


그게 오히려 더 좋다.



카페로 걸어오면서

소설이 더 자유로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는

이미 일어난 사실을 써야 하고,

어딘가 밝게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

보이지 않는 부담이 있다.


그런데 나는

있는 그대로를 남기고 싶다.



밝지 않은 상태가

나에게는 더 익숙해서,

나는 스스로를

어두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어쩌면 아니다.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단단한 게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계속 걷는 사람이 단단하다고

어디선가 들었었다.


나는

그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주 오랫동안

그 상태를 바랐다.



그리고

결국엔 이런 상태가 됐다.


울면서도 계속 걸어가는 사람.

어찌 됐건 도망치지는 않는 사람.


밝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어둡다고 할 수도 없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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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드라마를 하나 보았다.

그 드라마에서는

슬픔이 기본값처럼 남아있는 상태에 대해 쉽게 떠나지 않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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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불행해 보이고

가장 작아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정말로 아닌데도,

축 처진 마음은 기본값처럼 여전히 남아 있다.



어쩌면 평생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고

함께 살아가야 할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들 뭐

그냥 그러지 뭐가 됐다.


_______



내 글이 자주 싫어진다.


쓰고 나면

결국 또 비슷한 이야기 같고,

지겨워진다.


이걸 계속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또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연결이 불편하면서도 연결을 원하는 마음

다시 불편해지는 마음


______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그냥 글을 쓰고 있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

내 글에서 잠깐이라도

쉬어갈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_______



나는 더 오랜 시간은 영상으로 글을 썼던 거 같다.

자막도 없고, 글이라 할 만한 것도 없지만

그래서 더 진실하다고 느끼는 어떤 상태를

언어로 전달할 수 없는 것들을 담으려고 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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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침묵에 담았다.

설명을 덧붙이지 않으면

나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영상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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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에세이는 나를 웃게 했다.

혼자 잘 지내는, 조금은 귀여운 아저씨.

깊이 저 아래 아래로 내려가 보았지만,

그 어둠에 삼켜지지는 않은 사람.


루틴을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마음속 아이를 지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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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는 치유의 능력이 있다.

보들보들하고 따뜻한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

아무리 안 되던 마음도 조금은 괜찮아진다.


치치가 이불 안으로 들어온다.

내 다리에 붙어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누워 있다.


따뜻하다.

조금 지나니 덥고

한 자세를 계속 유지하자니 다소 불편하지만

그 아이가 붙어 있는 게 좋아서 그대로 있는다.


이사를 하고 불안한지

요즘은 더 자주 따라다니고,

더 가까이 붙어 있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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