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시간

엄마 역할 방학 시간

by 가가루



2024.6.26


아이를 아빠와 함께 있게 남겨 두고,

나 혼자 먼저 청두로 돌아왔다.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사실 네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


어떤 부분은 그럴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믿었던 순간들이,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과 엄마에 관한 얘기다.


나와 아이에게 모두 짧은 방학을 주기로 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본 지 오래된 것 같다.

사실은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북경을 경유해 청두로 향했다.


공항에서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며

창밖으로 해가 지는 풍경을 오래 바라보기도 하고

사진과 영상으로 담기도 했다.

어디에 있든 해 지는 건 자주 보게 된다.

이동하고 머물고 반복하며 지내지만

일출과 일몰을 보는 그 순간은 왠지 항상

같은 곳이다라는 감각이 들게 했다.


늦은 시간의 비행이었다.


청두에 도착하니

여기도 집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집에 살게 된 지 오래된 건 아니지만

집안이 머무는 시간이 많고

항상 머무는 공간마다 내 취향으로 조금씩

채워놓고 지내니까 그런 기분이 드는 거 같다.

내 공간, 그런 느낌이다.


무엇보다

집에는 치치가 (고양이) 있다.

치치가 있는 곳이 나에게는 집이기도 하다.


문을 열자마자 따라다니는 치치,

침대 옆에서 잠드는 치치.


그 작은 존재가

집을 조금 더 ‘집’처럼 느끼게 한다.



공항에서

아들이 나를 바래다주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다시 봤다.


아이는 왠지 신나 보였다.

감추려는 것 같았지만, 표정 어딘가에서 티가 났다.


“드디어 자유다.”

아이에게서 이런 마음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나도,

내 시간을

조금 즐겨보려 한다.


그런 마음으로 잠들었다.



2024.6.27


아침부터 침대 옆에 누워

깜찍하게 자고 있는 치치를 만지며 하루를 시작했다.

고양이는 참 묘한 존재다.


아들과 짧게 영상통화를 했다.

표정이 밝다.


자기가 키우는 토마토 식물에 물을 줘라고 부탁했다.

토마토에 물을 주고는 내가 키우던 아보카도도 확인했다.



10분 요가도 했다.

10분은 짧지만 전혀 안 움직이기보다는 낫다.

작게라도 매일 조금씩 몸을 움직여야지

나에게 작은 미션을 주었다.

어떻게든 이어가 보려 한다.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마음도 함께 가벼워진다.



그림도 하나 그렸다.

(내가 그린걸 그림이라 칭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매일 하나씩이라는 주제로 색생 매치 놀이를 한다.


치치가 옆에서

가만히 지켜본다.


나든 오빠든(아들)이 그림을 그리면

꼭 옆에 와서 구경하는 아이.


처음에는 방해했지만

이제는 그냥 지켜본다.



루틴을 만들어

가능한 지키며 살려고 한다.


예전의 나는

루틴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작은 일들로 만든 계획들이라도 지켜야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_______


오늘은 집에서 쉰다.

새벽에 도착한 피로가 아직 남아 있다.


잠들기 전

요가를 조금 더 하고

책을 조금 읽다가 잤다.



2024.6.28


오늘은 어디로 외출할까 찾아본다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떡류 디저트

가게에서 시선이 멈췄다

이름이 糯叽叽麻糍다.

이름이 좀 귀엽다.


장어를 넓게 계란말이도 두툼하게 올려준

장어 덮밥도 맛있어 보인다.

검색해 보니 디저트 가게와 덮밥 가게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외출 장소를 정했다

출발했다.



생각보다 손님이 많았고

혼자 온 사람은 거의 없었고,


살짝 신경 쓰였지만 주문하고

맛있게 혼밥을 했다.





디저트는 포장해서 나왔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기에는 조금 부족해서

자주 가던 북카페에 갔다.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

조금 오래 머물렀다.

____


북카페에는 칵테일 바도 함께 운영한다.


오늘은 아이 없이 혼자니까

칵테일 바에 들러야지 생각했다.



_____

두 잔을 마셨다.


살짝 취기가 올라왔다.

이 정도면 적당했다.


예전의 나는

이 타이밍에 멈추는 게 조금 어려웠다.

기분대로 정하는 사람이었다.


감정을 신뢰하지 않게 된 이후로

나는 자주 스스로 멈춤을 누른다.

멈추는 법을 배우고 있다.


적당함을 배우고 있다.


기복이 크고 재미있는 것보다는

잔잔하고 평온한 쪽을 더 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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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치치가 반겨줬다.

간식을 먹고,

내 옆에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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