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는 연습

by 가가루

2021.2, 치앙마이


그곳은 그런 곳이었다.

바텐더는 젊은 여자 둘이었다.

한 여자는 짧은 머리 히피펌을 하고 있었다. 다소 소화하기 쉬운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그녀는 잘 소화했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상이었는데 대화를 시작하니 친절함이 느껴졌다.


메뉴판을 보다가 이 가게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타이식 칵테일을 주문했다.

그리고 그녀가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늘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 공간에 대한 추상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있고, 그것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는 중이다.


두 번 정도 작은 카페로 그런 공간을 만들어 본 적은 있지만 내가 만든 곳을 나무처럼 그곳에 계속 두지는 못했다.


내가 떠나야 하는 사람이어서 그랬다.

어쩌면 아직은 한 곳에 머물 수 있는 때가 아니어서, 언젠가로 자꾸 미뤄두는 소망이다.


내가 만들려는 공간에도 알코올은 포함된다.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장악된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한때는 알코올을 혐오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사실문제는 알코올이 아니었다.


적당 함이었다.


도무지 무엇으로도 꽉 조인 마음이 풀어지지 않을 때, 적당한 알코올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다운된 기분도 다시 올라온다.

하지만 무언가의 도움으로 올려놓은 마음은 결국 다시 반납하게 되어 있었다.

어쩌면 처음 다운된 자리보다 더 아래로.


내가 주문한 술이 만들어졌다.


한 모금 마셔보았다.

맛있었다. 술도 맛있을 수 있었다.


칵테일에 호감을 느끼게 된 것은 맛있는데 도수는 세서 조금만 마셔도 취기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맥주처럼 배가 부르지 않은 것도 좋다.


이어폰을 끼고 나의 음악을 들으며 밖을 보았다.

가게 조명도 은은해서 좋았고, 밖도 조금 어두워지는 중이라 좋았다.


가끔씩 차가 지나가고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사람이 지나간다.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

적당한 알코올.


지금 내가 기분이 좋다는 그 감각을 온전히 느낀다.


조금 살아난 듯한, 조금은 내 기분이 아닌 듯한 다소 흥분된 상태가 되었다.


한 잔을 다 비우고 조금 부족하다 싶어 하나를 더 주문했다.


이 공간으로 돌아오고 싶어서 이어폰을 빼고 그녀들이 틀어놓은 음악을 들었다.


두 잔에서 멈췄다.

관찰한 결과 나에게는 여기가 그 적당 함이었다.


이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가게에서 나와 시장을 지나 집으로 간다.

조금의 취기가 더해진 밤의 산책이 좋다.


밤의 프리마켓을 가로질러 집으로 간다.


이 작은 자극이 좋다.

새 둥지에서 풀려난 새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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