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둔 찻집을 갔다.
작은 정원도 있고, 식물도 있고,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정교하고 깔끔했다.
케이크는 동그란 걸 시켰다.
한입이면 다 먹을 것 같은 크기.
무난하게 맛있었다.
밥은 먹고 와서 케이크만 먹었는데,
다음에는 여기서 식사를 해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차는 따뜻한 걸 시켰다.
계속 따뜻하게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는 오늘 내가 필요한 장소는 아니었다.
한 곳을 더 갔다.
자전거로 이동이 가능했다.
조금 복잡한 여행지 부근이었다.
내가 원하는 그런 조용한 곳은 아닐 수도 있겠다
복잡한 구간을 지나 조용한 골목이 나왔다.
한 블록만 지났는데
갑자기 다른 느낌의 거리가 나왔다
길 양옆으로 오래된 나무들이 쭉 있는 길
걷거나 자전거 타면서 만나기 좋아하는 그런 길
도착한 곳은 크지 않은 공간이었다.
내가 원하던 조용한 느낌에 가까웠다.
오래된 동네 안에 있는 작은 가게
이층에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의 서재에 놀러 온 느낌이 있다.
넓은 창으로 보이는 풍경도 좋았다.
옆 작은 방에는 마침 작은 전시도 함께 열리고 있었는데
공간을 방해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놓여 있었다.
시원한 차를 시켰다.
천천히 오래 마시기엔 차가 좋은 거 같다.
아무것도 마시지 않기에는 하루는 길다
옆 테이블에 중년 커플이 떠났다.
테이블 위에는 꽤 오래 머문 흔적이 보인다.
책을 꺼내 읽었다.
두 시간 정도 머물다가 나왔다.
냉침 차가 맛있었다.
차실 책장에서 장아이링의 에세이를 발견했다.
예전에 추천받았지만 그때는 잘 읽히지 않았는데
오늘은 잘 읽혔다. 책과의 인연도 때가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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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이와 먹는 저녁이라며
카레밥 사진을 보내왔다.
요즘 아이가 카레에 꽂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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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찍은 사진 중
마지막은 치치 사진이다.
창틀에 올라가 있는 모습.
아마 나도 그 옆이 누워서
치치를 보고
창밖 불빛을 보면서
멍을 때리고
음악을 듣고
책을 조금 읽다가
잠들지 않았을까 싶다.
지나간 사진을 보면서
그때를 다시 떠올리는 일기는
많은 기억이 지워진다.
괜찮다.
사진을 보며 떠오르는 것만 남겨도
충분하다.
지워진 건 지워진 대로 두는 것도 좋다.
잊은 건 잊은 대로,
기억나는 건 기억나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