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가 나를 침대에서 밀어냈다

by 가가루


전기요가 망가졌다.

날씨가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다. 두주만 버티면 더 이상 전기요는 필요 없을 것 같긴 하다. 그렇다고 지금 이 타이밍에 새로 사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봄이 오고 더 따뜻해지면 창문을 오래 열어 두고 통풍을 마음껏 하고 그 창문 곁에 앉아서 봄바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돌아온다. 그때가 되면 책상도 나도 다시 거실에 옮겨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거실 창 옆에 앉으면 산이 보인다.

그 산을 자주 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이 집에 이사 왔다. 하지만 춥다는 이유로 겨울 동안 나는 대부분 방에 있었다. 전기요가 깔린 침대 위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아들은 내 침대는 오븐 같다고 했다. 엄마는 자기를 굽고 있다고 했다. 지나치게 뜨겁게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표현이 재밌어서 웃음이 나왔다. 인젠 그 지나친 뜨거움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그런 등이 됐다.


아무튼 하루 정도 전기요 없이 지내보고 그래도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새로 하나 사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침대 옆 소파에서 자던 고양이 치치가 침대에 다시 올라와서 눕기 시작했다. 치치가 침대에서 나랑 더 가까이 누워서 자는 게 좋으니까. 나는 전기요 없이 지내기로 결정했다.


겨울 동안 거실에 있던 책상도 방에 옮겨 놓고 , 침대에 앉으면 맞은편에 책상이 있고 그 자리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그 위치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 집에서 산이 제일 잘 안 보이는 위치다. 내가 이 집에 이사를 온 이유가 사라진 자리다.

전기요의 따뜻함은 있지만 햇살이 제일 적게 비치는 방이다.


전기요가 나를 침대에서 밀어낸 후 내 눈에는 다시 거실이 보였다. 그리고 고양이 치치도 더 가까이에 왔다.



나는 다시 책상을 거실로 옮겼다. 그 자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햇살이 제일 잘 비추는 자리에 머리를 들면 산이 보이는 자리에 책상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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