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 돌아온다.

by 가가루

계획에 없던 학교 두세 곳을 더 가보았다.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았다.


오늘은 다른 숙소로 체크인했다.

이제는 계획이 틀어져도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또 길이 보일 거고, 거기로 가면 된다.


두 번째 숙소는 아이랑 내가 여전에 살던 집 옆에 있었다.

우연히 찾은 아침 식사 하기 좋은 집도 바로 앞에 있었다.

그 집에서 저녁도 먹었다.


오늘은 학교 몇 곳을 다녀오느라 지쳤다.

마음이 더 지쳤다.

이대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숙소로 돌아와 그냥 있으려니 마음이 더 가라앉았다.

남편과 둘이 다시 나왔다.


검색해 두었던 가게로 가서 시간을 보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조명이 맞는 곳이었다.

각자 한 잔씩 마셨다.

한 잔 마시니 조금 편해졌다.

낮에는 날씨가 더워 오래 걷지 못한다.

손님이 많아질 때쯤 나와 조용한 골목을 조금 걸었다.

직원이 추천해 준 다른 가게 근처에 도착했다.

지도가 알려주는 대로 갔지만 가게는 없었다.

맞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해서 같은 길을 몇 번 돌았다.


다른 여행 중인 커플도 우리처럼 같은 길을 반복하고 있었다.

왠지 같은 가게를 찾는 것 같았다.

남편이 물었더니 맞다고 했다.


네 사람이 한 줄로 서서 다시 그 골목으로 들어갔다.

지나쳤던 자리의 문을 열었더니 그곳이었다.


찾았다. 이렇게 숨어있었다니.


조용했다.

아까 갔던 곳보다 조금 더 조용했다.

사실 우리는 아이 없이 하는 데이트를 많이 즐기지 못했다.

결혼하고 아이가 빨리 와서 계속 함께 다녔다.


지금은 아이가 많이 컸고,

가끔 혼자 있을 수도 있게 됐다.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각자 한 잔씩만 더 마시고 집으로 갔다.



2025.3.19-20


여전히 학교를 더 찾아보고 메일을 보내고 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걱정을 밑에 두고, 눈앞의 하루를 보려고 했다.


돌이켜보면 계획대로 되는 날이 몇 번이나 있었나 싶다.

예전에는 이 부분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

그렇다고 당장 달라지는 건 없었다.


계획은 틀어졌지만

또 다른 길이 보이는 경험을 종종 했다.

기다린다.

셋이서 추억의 거리를 산책했고

가끔 생각나던 꼬치도 먹었다.


저녁에는 야니의 가족이 된 그 여자의 남편이 운영하는 술집에 잠깐 들렀다.

작은 공간이었고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바깥 자리에 앉았다.

저녁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갔다.

날씨가 선선했다.


맥주를 마시다 사람들을 보고 멍을 때리면

다시 걱정이 올라왔다.

그래도 다시 나를 데리고 나왔다.


남편과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고

소소한 얘기를 나눴다.

더 많이는 각자 할 걸 했다.


행복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는 않는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분은 좋다.


작지만 기분 좋은 15분.

잘 안 풀리는 생각들을 흘려보내고

이 순간으로 돌아오는 연습.


지금 해야 하는 일을 매일 하다 보면

어느 날 다른 곳에 도착해 있다.


그곳에도 또 다른 고민이 있겠지만

지금은 맥주를 마신다. 아직 시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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