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 다른 시간

치앙마이, 집 앞

by 가가루

2025.3.16


어제까지 겨울옷을 입었는데 오늘은 여름옷을 입고 있다.


일단 밥을 먹으러 나왔다.


이 숙소는 전에 나랑 아이가 살던 집과 가깝다.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코로나 때 이곳에 와서 머물면서 매일매일 걸었던 추억이 생각났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도 걸었었다.

내 어깨에도 오지 않던 작은 아이였는데 지금은 아빠랑 거의 비슷한 키가 되게 자란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걷고 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계속 걸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걸으면 우리가 여전에 살던 집이다. 우리가 살던 집 앞에서 잠깐 머물렀다. 마트에서 장을 봐서 걸어서 들어가는 내 모습 아이를 스쿨버스 태워 보내고 또다시 그 버스 오기를 기다리던 모습이 눈앞에 보인다.


다시 걸었다.



4년 전 치앙마이에 두고 온 고양이가 항상 생각이 났다.

이름은 야니다. 코로나 때 다른 집에 맡겼다.


야니에게 관심을 보이던 여러 사람 중 그녀에게 보내고 싶었다. 현지인이라는 이유가 좀 크긴 했다. 그곳이 집이니까.


그 여자 집에는 다른 고양이도 두 마리 있었고, 빈티지 소품을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 그 가게를 발견했을 때 일본 애니메이션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정확히는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속.

이 여자도 소녀 같은 느낌에, 눈빛이 초롱초롱 맑고 밝은 인상을 주었다. 여자도 함께 그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 같았다.


4년 전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이 카페도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했고, 그 후로 종종 들렀다. 두 번째 방문할 때였다. 가게에는 손님이 나 혼자였고, 카운터에는 이 여자가 있었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는 위치였다.


내가 무엇을 보다가, 아니면 읽다가 울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참아지지 않게 눈물이 툭 떨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걸 이 여자에게 들켜버렸다.


눈으로 서로 말 아닌 말을 몇 초간 주고받았다. 그건 차가움이 아니라 따뜻함 쪽이었다. 내가 전해 받은 감정은.


그리고 그 여자가 입을 떼고 했던 말이 이거였다.

배고프냐고 묻고, 콩을 먹겠냐고. 나는 먹겠다고 대답했고,

나에게 작은 견과류 한 봉투를 줬다. 우리는 함께 웃었고,

그 순간은 지나갔다.


그 후에도 이 여자에 대한 인상은 잘 웃고 밝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 흔들리는데.


그 여자는 야니에게 좋은 반려인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자는 종종 야니 사진을 내게 보내준다. 야니는 이 집의 가족으로 잘 지내고 있다.


우리 셋은 지금 야니 집으로 걸어가고 있다.





2025.3.17


아침 일찍 학교로 출발했다.

이번에 치앙마이에 돌아온 제일 중요한 일은 아이 학교다.

홈스쿨링 + 온라인 스쿨로 수업하던 방식을 다시 학교로 전환할 계획이다.


원래 보내고 싶었던 학교는 가지 못했고

차선으로 생각했던 학교를 보러 갔다.

학교를 둘러보고 나니 점심시간이었다.

우리도 먼저 밥을 먹었다.


두 번째 학교에서 입학시험을 보게 됐다.

시험을 보고, 통과되면 면접까지 진행된다.


우리는 밖에서 기다렸다.


시험 결과가 나왔다.

생각보다 점수가 높았다.

선생님도 놀란 표정이었다.


나는 조금 안심이 됐다.

그동안 불안한 마음을 안고

매일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들을 조금씩

했던 게 그래도 헛수고는 아니었구나

조금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늘 하루는 실망했다가 다시 희망을 가졌다가 반복하는 하루였다. 덥고 지치는 하루였다. 몸도 마음도.


저녁에는 아이가 먹고 싶다고 한 메뉴로 맛있게 외식하고

숙소로 돌아가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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