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에서

by 가가루

아침은 차를 마셨다. 찻잎과 다기를 가지고 왔다.

내 다기는 아주 작아서 가지고 다니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이쁜 유리잔을 파는 카페에 갔다. 몇 개를 구매했다.

산책하다가 마사지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숙소 앞, 우연히 발견한 맛집에서 포장해 먹었다.

어디서든 먹고 자고 가 하루라는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며칠째 이 식당에서 아침 혹은 저녁을 먹었다. 거의 같은 메뉴를 시켰는데 질리지 않는다. 음식은 다양한 걸 도전하길 즐기지는 않는다. 입에 맞는 걸 발견하면 계속 그것만 먹는다.

주로 남편과 아이가 새로운 걸 시도하고 내가 따라먹는다.


정말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검색해서 간 집보다 더 맛있다.



2025.3.21


오늘은 치앙마이에서 보내고 싶었던 한 학교와 약속을 잡았다. 우리가 그전에 입학 테스트를 했던 학교보다 더 높은 성적을 요구하는 곳이었다.


사실 그래서 이번에 고려하는 학교에 이 학교는 없었다.

다른 학교들에서 본시험 결과가 이 학교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만들었다.


학교에 들어선 순간, 첫인상은 정원이 참 평화롭게 느껴지네 그 여유로운 기운은 이번에 갔던 다른 학교들에서는 느껴지지 않던 것이었다. 여기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를 맞아준 선생님과 간단히 이야기하고 아이는 시험을 보러 들어갔다.


두세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시험을 통과하면 면접을 보게 된다고 했다.


결과는 통과였다. 며칠 후 면접 일정도 잡혔다.

그리고 아이 영어 레벨이 충분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나는 기뻤다.


시험을 통해 아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알게 됐다.

그냥 그동안 반감으로만 생각하던 (시험)이라는 단어가

다른 의미로 나한테 저장됐다.


홈스쿨링으로 해온 시간들이

헛된 건 아니었다.


언어는 쌓이는 거고,

결국은 반복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아이의 공부는

기본으로 시작했다. 기본 외에는 나도 잘 몰랐다.

공부에는 약했다. 나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작은 아이가 있어서

다시 공부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많이 듣고, 많이 읽고,

필요할 때 하나씩 더하는 방식으로.

쌓았다. 우직하게


없는 걸 만들어내는 건 어렵지만

쌓인 건 사라지지 않는다.


그 시간이 아이를 도와주길 바란다.



커피 맛집을 한 군데 들렀다.

이번에 와서 마신 커피 중 가장 맛있었다.


“맛있다”가 아니라

“정말 맛있다”라는 말이 나오는 맛.


어중간한 커피는 그냥

오늘 카페인 마셨다 정도로 끝나는데


나는 사실 커피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정말 맛이 없는 것과 정말 맛있는 것만 느껴진다.

극과 극인 이 상황은 상대적으로 좀 적다.

남편도 맛있다고 했다.

공간도 좋았다.



아줌마인지 아저씨인지 헷갈리는 그림이 있었는데 그림 속 아줌마는 거의 무표정이었지만 나는 왠지 이렇게 읽혔다. (웃기고 싶음 있음 ) 아줌마의 매력 포인트는 깜찍함이라고 생각한다.



2025.3.22


오늘은 또 다른 숙소로 옮겼다.


학교 면접 날짜를 기다리며

우리는 조금 더 머물기로 했다.


남편은 먼저 돌아가야 했다.


우리가 살 집도 같이 정하고

아이 학교도 확실히 정하고

돌아가려던 게 계획인데

아직 확정된 건 없었다.


________


새로 옮긴 동네는

걸어서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카페도, 식당도,

산책도.


그래서 일부러 이 위치를 골랐다.


저녁 비행기로 남편이 갔다.

택시를 부르고, 1층까지 내려가 배웅했다.


막상 보내고 나니

이 상황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또 지나간다.


남편은 잘 출발했고

우리도 일찍 잤다.



2025.3.23


아이랑 예전에 자주 가던 브런치 카페에 갔다.


하루가 시작될 때

햇살을 받으며 걷는 건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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