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유난히 측은지심이 밀려와. 행여 그 사람이 일터에서 직원들에게 온갖 꼰대 짓과 만행을 부리는 몹쓸 직장 상사라 해도, 졸고 있는 모습 앞에서는 미움이 앞에 서지 않더라.
지친 하루 끝에 집으로 가는 길,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를 어깨에 짊어지고 녹초가 된 그들은 마치 구겨진 자루 같아. 군중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중력을 거슬러 한껏 텐션 끌어올렸던 얼굴 근육들은 이제야 중력에 평안히 항복하는 시간.
도리도리 하며 부정했던 일, 사람, 마음을 모두 내려놓은 채 애처롭게 졸고 있는 그들의 고개는 이제야 도리도리가 아닌 긍정의 끄덕끄덕.
좀비처럼 꺾일 듯 흔들리는 고개 댄스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꾸역꾸역 잘도 버텨줘서 고마운 마음으로 한쪽 어깨를 내어주고 싶은, 꽤나 괜찮은 인간적 마음이 생길 때도 있어.
졸고 있네
'꾸벅꾸벅'
많이 힘들었지?
오늘 하루 잘 버텼어!
'꾸역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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