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깨작희작 Aug 09. 2023

묻다.

마음 깊이.

마음이란 땅 속 깊이
아직 묻지 못했다면
기억일 뿐 ‘추억’이 아니야.


추억이 되는 조건.

 기억은 아무리 정확하게 떠올려봐도 완전할 수 없어. 그가 생각하는 그때와 내가 생각하는 그때의 기억은 분명 다를 테니까. 같은 순간을 기억한다고 해도 나는 그의 향기를, 그는 나의 미소를 떠올릴 거야. 우리는 그렇게 ‘그때’의 시간들을 서로 다르게 기억할 수밖에.


추억 또한 그 시간을 절대 선명하게 담지 못해. 시간이 흘러 그날의 기억과 감정들은 색이 옅어지거나 진해져서 ‘자기에게 꼭 맞는’ 스토리와 장면으로 각색되거든. 결국 나만의 영화 한 편을 ‘추억’이란 제목으로 제작하는 셈. 이것이 추억과 기억의 차이겠지.


 기억은 ’ 가깝고 선명하게’ 그때를 떠올리려는 노력의 산물이고, 추억은 자연스레 떠오르든 혹은 의지로 떠올리든, 자신을 잔잔하게 미소 짓게 하면 충분해. 그때는 너무도 괴로웠던 시간들이 지금의 성장을 이끈 디딤돌이 됐다면, 그건 추억의 범위 안에 가볍게 허용되듯이.


과거의 시간들이 추억이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마음이란 땅속에 깊이 ‘묻는’ 과정은 필요해.

행복했던 일, 괴로웠던 일들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고 스며들게 마음 깊이 묻어줘. 모든 감정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내 마음 안으로 허락한다면, 마음은 분명 온 우주의 사랑을 모아서 그 감정의 씨앗을 따스히 품어 추억이란 예쁜 꽃을 선물할 거야.


묻어두고
가끔씩 사랑으로 보살피면
기억의 씨앗은
 ‘추억이란 새싹’으로 돋아나.


작가의 이전글 미(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