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깨작희작 Feb 03. 2024

성장

배드민턴에 미쳐있는 요즘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는데 그 아무것에 배드민턴은 예외다. 공 하나의 움직임을 따라 네 명의 사람이 분주히 움직이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예리함이 필요한 운동. 어느 날은 무지하게 잘 쳐지다가 어느 날은 플레이에 완전히 무지해지는 바보 같은 날들의 연속. 이런 바보가 오늘은 또 천재가 되는 완벽한 희망고문의 운동.


승패에 일희일비했던 그동안의 날들과는 다르게 오늘은 승패보다 더 큰 것을 얻었다. 바로 ‘성장’이다. 성장의 맛은 승패와는 상관이 없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떤 게임에서도 압도적인 ko승리와 같다. 남들과의 비교보다 자신과의 비교에서 더 느낄 수 있는 이 성장의 맛은 무엇보다 값지고 소중하다.


성장은 등산과 같다. 올라갈 때는 눈앞에 놓인 땅과 발만 보며 힘겹게 오른다. 그러다 지칠 때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면, 생각보다 높이 올라온 자신의 모습과 멋진 풍경이 보인다. 성장에는 ‘무조건’ 이러한 집중과 잠깐의 휴식, 그리고 긴 여정이 필요하다.


단번에 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랜 시간에 걸친 잔근육의 단련 없이 빠르게 얻은 성장은 기초가 탄탄한 성장과 비교했을 때 그 깊이가 얕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성장의 깊은 맛만을 느끼기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만 달리는 것은 왠지 아쉽다. 등산 중 잠시 뒤돌아 풍경을 감상하듯 여정 중에 만들어가는 자잘한 성장들을 감상하고 음미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성장을 위해 전진할 수 있는 자신감과 에너지가 생기니까.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것은 스스로의 힘뿐만이겠는가.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기 전까지 주변의 수많은 관심과 도움들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도움의 손길과 더불어 쓰디쓴 평가와 조언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성장은 가속화된다. 달콤한 성장의 기저에 깔린 스스로가 만든 혹은 주변에서 주는 아픔과 좌절에 대해 ‘감사’를 느끼게 되면, 그때는 배드민턴의 성장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내면 발전에서의 성장까지 맛볼 수 있을 테다.



작가의 이전글 있는 그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