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by 깨작희작

이사 오는 날 따뜻한 시루떡을 건네던 옛날 그 시절의 따뜻함을 기억한다. 남의 자식이 잘 될 때 남의 떡이 더 큰 것에 부러워할지 언정 지금처럼 축하에는 인색하지 않았던 그 시절의 ‘우리는 한 동네’라는 가족 같은 얽힘이 그립다.


요즘은 서로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눈을 피해 결국 도망간 시선은 형형색색 전단지와 오르내리는 빨간 층수 표시. 같은 공간에 있지만 차가운 시멘트 벽들을 사이에 둔 우리들은 무얼 그리 어색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서로의 시선을 피하는 것인가? 각자의 삶을 경계 짓는 벽들에 구멍을 뚫어 문을 놓는다면 바로 내 옆방인 것을.


요즘 소셜미디어, 뉴스, 영화에서까지 다루는 ‘층간 소음’이 지금의 이웃의 거리를 말해주는 듯하다.

창문 밖의 차, 공사,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소리는 ‘제법 거뜬하게’ 이해하려 하지만, 내 삶 천장 위 이웃의 삶 소리는 우리를 미치게 하는 ‘굉음’이 됐다. 의도치 않은 소리마저 ‘공격’이 되고 내 삶을 범접하는 ‘압력’이 됐다. 그리고 그 굉음에 저항하는 일이 또 다른 공격이 되어 층간 전쟁으로 번지기 일수. 제3차 전쟁은 이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그 전쟁의 파급력은 핵만큼이나 위협적이다.


따뜻함이 제거된 이 차갑게 식은 콘크리트 속에서 살고 있는 나는, 예전 차가움과 따듯함이 공존했던 그때 그 시절 이웃의 미지근한 온도가 그립다.

오늘은 복도를 지날 때, 그동안 전단지보다 더 흘깃 스쳤던 옆집 431호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해보련다.


“ 두꺼운 벽에 가려진 낯선 당신의 삶이

부디 안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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