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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May 05. 2020

세상에 무슨 이런 산이

Ireland의 Croagh Patrick 정상 오르기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건가? 하는 상황이

일상이 되고 현실이 되어버린 몇 달을 지내면서

종종 이곳이 떠올랐다.


내가 당연하다고 굳게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받아들여야만 할 때가 있다.


이 과정이 즐거울때도 있지만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고통 끝에 즐거움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아일랜드에서의 등산이 그러했다.



등산! 등산!! 등산!!! 하고 노래를 부르는 나에게,

이만한 곳이 없을 거라는

아이리쉬 친구의 말을 굳게 믿고 길을 나섰다.


아일랜드 최고의 뷰,

아이리쉬들의 큰 사랑을 받는 성자의 정신이 깃든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운 채 도착한 크로우 패트릭 산.



크로우 패트릭 산은

산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뾰족한 봉우리가 아주 독특했다.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지나 만난 등산로 앞에서

나는 조금 처참했다.


발 닿는 곳엔 오로지 돌멩이뿐.


구름이 하늘을 오가며

볕이 들었다 숨었다 했다.

볕이 들 때면 그늘 하나 없었다.


돌산을 오가는 네 시간 동안

잿빛으로만 보였던 아일랜드의 하늘이

처음으로 고마웠다.


크고 작은 돌덩어리에 미끄러져가며

두 손 두 발로

말도 안 되는 경사를 오르고 또 올랐다.



등산에 미친 민족인 코리안을 이길 거라며

곧 죽어도 내 앞에서 가던 아이리쉬 친구에게는

눈인사만 하던 사람들이


나를 지나칠 때면

곧 정상이니 조금만 더 힘내라며

응원의 말을 건네곤 했다.


난생처음 만난 돌길 등산에

숨겨지지 않는 당혹감을 들킨 기분과 함께

따뜻함을 느꼈다.



두 시간여만에 다다른 정상에서 만난 뷰.

비현실적이란 말로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백여 개의 크고 작은 섬,

높고 낮은 드넓은 능선,

아담한 호수,

옹기종기 형성된 마을들

그리고 이들과 맞닿은 대서양.


아일랜드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하늘 조차

아주 특별하게 보였다.

하얀색, 짙은 회색빛 구름과

한 켠의 맑은 하늘 그리고 간간히 뿌리던 비까지.



아일랜드 국민 성자 페트릭의 험난한 여정을 기리며

이 돌산을 맨발로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아일랜드의 투박한 스타일이 묻어나는

세인트 패트릭의 Bed.


돌멩이들과의 사투를 거쳐 정상에 도착했다면

어디에 선들 편히 쉴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내려가는 길,

구름아 오늘은 참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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