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조직문화' 제대로 알고 쓰면 약이 되나, 모르고 쓰면 독이 된다. 딱 1년 전 작성했던 쓰디쓴 스타트업 경험담을 공개한다. (그 당시엔 1인 대표 체제가 아닌, 4인 공동대표 체제였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외치며 스타트업을 창업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8개월이 지났다. 보다시피 우리 회사는 자리를 잡아나가는 사업 초반 단계에 있다.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방법으로 수평 조직 문화를 지지했고 직급, 급여, 휴가, 업무량 등 무엇이든 최대한 수평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었다.
워크숍에 가서 수평적 조직문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서로 공유도 했다. 그리고 각자의 의견들을 존중했다. (존중은 우리의 핵심가치 중 하나였다.)
수평 문화에 대한 우리 동료들의 생각!
하지만 언제부턴가 서로의 많은 의견을 존중하다가, 합의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일(work)이 많아졌다. 또한 우리들의 직급, 급여, 휴가일 수는 비슷했지만, 업무량의 편차는 결코 비슷해지지 않았다.
업무량과 성과가 높은 사람들은 '상대적 손해'를 느끼기 시작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3가지 관점의 문제를 찾았다.
첫째는 무엇(what)이 수평이어야 하는지, 정확히 정의하지 않았던 것이다.각자 '수평 문화는, 이런 것이다.' 의견이 달랐는데, 우린 그것을 모두의 의견 존중이 아닌 하나로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어떤 부분에서 수평 개념이 필요한 것인지 말이다. 우리가 수평 개념이 가장 필요하다고 얘기했던 것은 의사소통이다.모든 게 수평일 필요는 없었다.
두 번째, 수평 문화가 최선인지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이다.우리는 수평문화와 반대인 리더 체계 방법론도 얘기한 적이 있다. 그때 리더 체계에 대해 비판적 토론을 충분히 거쳐 수평 문화 조직으로 더 일해 보자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정작 돌아보니 수평 문화에 대한 비판적 토론은 충분히 하지 않았던 것이다. 왜(why) 수평 문화여야 하는지, 꼭 수평 문화만이 답인지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대가로 수평적 조직문화의문제점을 몸소 겪게 되었다.
이 일로 나는 '모든 것에 비판적 질문을 던져야겠다'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몇 번이고 끈기 있게 비판하자!
세 번째, 왜(why) 보다는 어떻게(how) 수평 문화를 실현할 것인가에 편중되었다. 수직 조직 문화에 익숙했던 내게 수평 조직 문화는 이름만 들어도 '너무나 좋은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수평 문화를 만들면 이건 이렇게 해야지, 저건 저렇게 해야지 어떻게(how)에 크게 생각의 비중을 두니 왜(why)에 대한 생각은 심도 있게 하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는 무엇(what), 왜(why), 어떻게(how) 생각의 비율을 수평하게 해야겠다.
<깨달음 정리>
1. 우리는 무엇에 수직 하고 , 무엇에 수평할 것인지 정의하자.
2. 무엇(what), 왜(why), 어떻게(how)를 수평하게 고민하자.
그날 이후, 모든 것에 수평을 외치던 동업은 결국 파했다. 현재 우리 조직은 1인 대표 체제로 바뀌었고, 이 체제 또한 이제야 7개월 차다. 모든 것에 수평이 아닌, 팀원들과 함께 우리 모두가 납득할 만한 승진 제도를 만들고 있다. 업무량과 성과, 역량에 따라 공정한 승진이 되도록 말이다.
의사소통만큼은 지금도 수평적 문화를 지향한다. 직급 직책에 상관없이 '존중'은 우리에게 몹시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