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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f May 24. 2022

영화 ‘오아시스’를 보고

휴일을 앞둔 저녁, 자연스레 침대에 기대 넷플릭스를 켰다.

그리고 영화 ‘오아시스’를 켰다.


(스포 주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종두(설경구)는 전과 3범으로 흔히 사회에서 외면받는 존재이다. 출소 후 가족들을 겨우 찾아가지만 가족들은 그를 애물단지로 여길뿐이다. 심지어 마지막 실형은 그의 형이 친 뺑소니 사고를 종두가 뒤집어쓰고 들어가 살고 나왔을 정도로 가족 구성원 중에 가장 만만하게 여겨지는 사람이다.


어느 날 별생각 없이 피해자의 가족을 찾아간 종두는 마침 다들 이사 가고 난 낡고 초라한 아파트 거실에 정물처럼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한공주(문소리)와 눈이 마주친다. 공주의 오빠 부부는 몸과 의사결정이 힘든그녀를 그곳에 홀로 놔두고 이사를 간 것이다. 결국 혼자 남아있는 그녀가 신경 쓰인 종두는 그녀를 다시 찾아가고, 강간을 시도한다. 공주는 미친 듯이 저항하다 기절했고, 종두는 한순간의 욕정에 두 눈이 먼 자신을 자책하며 공주를 냉수마찰로 깨운 뒤 허겁지겁 집을 나온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종두에게 전화가 온다. 전화를 건 사람은 공주였다. 그날은 공주 오빠 부부가 장애인 명의로 산 아파트에 점검을 하는 날로, 오빠 부부는 공주를 마치 자신들이 살고 있는 그 아파트에 같이 살고 있는 것처럼 혼자 살고 있는 그녀를 데리고 잠깐 그 새 아파트에 있다가 다시 그녀를 돌려보낸 날이다.


그 연락을 기점으로 둘은 계속 만나 데이트를 하며 그들만의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서로 사랑을 나누던 늦은 밤, 공주 아파트로 오빠 부부가 들어오고… 상황 상 종두가 공주를 강간한다 여기고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다.

말을 제대로 못 하는 공주는 답답함을 온몸으로 표현하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놀라고 흥분해서 그런 거라 생각할 뿐이다. 결국 종두는 또다시 붙잡히고 감옥에 가게 될 처지에 처하게 된다.


공주 집에는 오아시스가 그려진 태피스트리가 벽에 걸려있었는데, 매일 밤마다 그곳에 창밖의 날카로운  나무 그림자가 드리우고, 바람에 흔들렸다. 공주는 종두에게 그것이 너무 무섭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가까스로 경찰서에서 도주한 종두가 향한 곳은 바로 그 나무였다.


라디오를 들으며 침대에 누워있던 공주는 소란한 소리애 창밖을 보았고 종두가 나뭇가지를 베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라디오 볼륨을 키웠다. 경찰들은 모두 달려와 나무 밑에서 종두에게 내려오라 소리치고… 매우 소란한 밤이었다.


하나하나 나뭇가지가 잘리고, 공주의 무서움도 하나씩 없어졌다.


그렇게 종두는 나무에서 내려와 감옥을 들어가고, 공주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가 내레이션으로 나오고, 공주는 혼자서는 집을 청소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안타까운 물음이 몰려왔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자신을 강간하려 했던 종두에게 다시 전화를 했을까?


아무 때나 들이닥치는 오빠 부부… 공주의 인권, 프라이버시는 어디 있을까?


자신이 감옥에 들어갈 상황에 처했음에도 공주의 두려움을 없애고자 도주한 종두의 사랑만큼 순수한 사랑이 있을까?


공주를 향한 종두의 마음은 사랑일까? 욕정일까? 동정일까?


세상에서 소외당한 두 사람이 나누는 마음은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솔직하고 강렬하다. 그리고 그 솔직함과 강렬함은 배태된 두 사람의 상처 난 마음을 메꾼다.


마치 오아시스를 가르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가 하나하나 뭉개지며 사라진 것처럼.


그렇게 둘은 서로에게 하나밖에 없는 오아시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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