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차 ‘노력하는 꼰대’가 말하는 교육행정직

딸은 나를 꼰대라고 부르고, 나는 학교로 출근한다.

나는 공무원에 대해 잘 모르고 이 길에 들어섰다. 경영학을 전공하며 세무직을 준비하던 중, 실력 점검차 한 달 먼저 치른 교육행정직 시험에 덜컥 합격했다. 한 달 뒤 세무직도 합격했지만, 주변의 권유로 교육행정직을 선택했다. 그렇게 흐른 시간이 어느덧 31년. 나는 이제 90년대생 딸에게 "아빠는 노력하는 꼰대야"라는 말을 듣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그렇다. 나는 꼰대다. 하지만 31년간 수만 장의 결재문서를 넘겨온 이 꼰대 공무원의 눈으로 본 교육행정직은 과연 괜찮은 직업일까? 잡코리아의 ‘좋은 직장 조건 Top 5’를 기준으로 내가 느낀 공직을 솔직하게 풀어보겠다.


1. 워라밸: 매일 주어지는 '한 시간의 선물' 및 방학중 재택근무

교육행정직의 워라밸은 단연 최고다. 업무 범위는 넓지만 강도가 아주 높진 않다. 특히 학교 근무의 가장 큰 매력은 '8시간 근무'다. 일반 행정기관이 점심시간 포함 9시간을 머물 때, 학교는 8시간이면 충분하다. 학교에 따라 근무시작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8시 반에 출근해 4시 반이면 퇴근하는 삶. 매일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학교 문을 나설 때 느끼는 해방감은 일과 삶의 균형 측면에서 압도적인 혜택이다. 시도마다 차이는 있지만, 인천교육청 소속 공립학교에서는 방학중 재택근무도 실시하고 있다.


2. 급여와 연금: 7급까지만 버텨보기를

매달 직원들의 보수를 결재하며 느낀다. 8~9급 후배들의 월급 명세서를 볼 때면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하지만 7급을 지나 6급에 이르면 비로소 '먹고살 만한' 수준이 되고, 5급 이상 되면 어느 정도 만족감이 생긴다. 물론 그 자리에 닿기까지 20년 안팎의 인내가 필요하다. 연금 수령액마저 적어질까 불안해하며 공직을 떠나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지만, 그래도 버티는 시간만큼 단단해지는 보상이 분명히 존재한다. 최근 들어 하위직 공무원의 처우가 개선이 되고 있어 다행이다. 연금은 나때까지는 괜다는 생각은 드는데, 후배들의 연금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3. 복지제도: 공직이 주는 귀한 쉼표

연간 21일의 연가는 기본이다. 여기에 학습휴가와 장기재직휴가라는 귀한 쉼표가 더해진다. 그 외에도 가족돌봄휴가, 육아휴직, 병가 등의 휴가제도가 있다. 특히 사무관 승진 후 한국교원대학교 파견 교육을 통해 학비 걱정 없이 석사 학위를 마칠 수 있는 기회는 공직 생활 중 만날 수 있는 커다란 지적 사치다. 또한, 대략 연간 100만 원~140만 원 정도 맞춤형 복지포인트가 제공되어 문화, 여가, 보험, 의료비 등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은 긴 마라톤 같은 공직 생활을 완주하게 돕는 든든한 보급소 역할을 한다.


4. 근무 분위기: 청렴이 만든 투명한 공기

학교는 다른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평적이다. 교육기관 특유의 높은 윤리 의식과 청렴한 조직문화 덕분에 부당한 지시나 불필요한 부조리가 적다. 법령과 공무원 행동강령을 준수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투명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5. 정년 보장: 흔들리지 않는 삶의 안전망

거창한 설명이 필요 없다. 큰 과오만 없다면 법으로 보호받는 정년은, 거친 풍파가 몰아치는 사회에서 이 직업이 우리 가족에게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마지막 보루다.


마치며: 공공의 가치를 돌보는 사람의 자부심

마지막으로 공직의 본질을 말하고 싶다. 공직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국가와 공동체의 일을 맡아보는 직무다. 내가 기안한 예산 한 줄이 학교를 바꾸고, 내가 처리한 행정 하나가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한다. 누군가의 삶에 보탬이 되는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쪼들리는 8~9급 시절을 견디게 하고 31년의 세월을 버티게 한 진짜 원동력이었다.


후배들이 묻는다. "공무원, 할 만합니까?" 나는 여전히 꼰대처럼 대답할 수밖에 없다. "쉽지는 않지만,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이다"라고.... 이 꼰대의 솔직한 이야기가 공직의 길을 걷거나 꿈꾸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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