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문원, 고독한 언어의 사투

by 꿈 꾸는 철이

2. 승문원, 고독한 언어의 사투


선조 3년(1569년). 스물셋의 청년 이원익은 마침내 과거에 급제하여 승문원(承文院)의 낮은 관직인 부정자에 제수되었다. 동료들은 '끗발' 없는 승문원 자리에 배정된 것을 투덜대며, 권세가들의 집을 찾아다니기에 바빴다.


"이보게, 원익! 오늘 김 판서 댁 회갑연에 가세나. 거기 가면 이조 전랑도 온다는데, 자네처럼 종친 배경이면 금방 영전할 수 있어!"


동료의 제안에 원익은 낡은 붓을 씻으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아직 명나라 사신들과 대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인맥보다는 실력이 먼저가 아니겠습니까."


"허, 고지식하긴. 자네처럼 굴면 평생 먼지나 털다 끝날 걸세!"


동료들이 화려한 등불 아래로 떠난 뒤, 승문원의 집무실에는 오직 원익의 등잔불만이 섬처럼 남아있었다. 그는 당시 사대부들이 천시하던 '중국어' 서적을 펼쳤다. 밤마다 기괴한 소리들이 그의 방에서 새어 나왔다.


"니(你)... 하오(好)..."


혀가 꼬이고 입안이 헐어 피가 배어 나왔다. 등잔 기름이 다해 연기가 날 때까지 그는 한어(漢語)의 성조를 씹어 삼켰다.


"역관들의 농간에 나라의 운명이 휘둘려서는 안 된다. 내가 알지 못하면 나라를 지킬 수 없다."


어느 날 밤, 야근하던 선배 관료가 그의 방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원익, 자네는 왜 남들이 비웃는 언어 공부에 매달리는가? 그건 중인(中人)들이나 하는 짓 아닌가?"


원익은 붓을 놓고 똑바로 답했다.


"나으리, 백성의 목소리를 듣는 데 귀천이 없듯, 나라를 지키는 도구에도 귀천이 없습니다. 실력이 없으면서 자리만 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천한 짓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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