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의 비서실장, 오리 대감의 실상을 보다

by 꿈 꾸는 철이

2. 인조의 비서실장, 오리 대감의 실상을 보다


이원익의 건강이 위독하다는 소문이 한양 도성에 돌자, 인조 임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비서실장 격인 승지(承旨)를 급히 오리마을로 보냈다.


"가서 이 정승의 형편을 낱낱이 살피고 오라. 나라의 원로가 어찌 지내는지 과인이 알아야겠다."


명을 받은 승지가 광명의 오리마을에 도착했을 때,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찾은 집은 동네 여느 가난한 선비의 집보다 더 허름했기 때문이다. 승지가 조심스레 방 안으로 들어서자, 눈앞에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영의정을 지낸 국가의 거목이 빗물이 새는 방 한복판에서 삿갓을 쓴 채 꼿꼿이 앉아 자신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가.


"대감! 이게 정녕 어찌 된 일입니까? 일국의 정승을 지내신 분이 어찌 이런 처참한 곳에서 지내신단 말입니까!"


승지의 목소리는 경악과 슬픔으로 파르르 떨렸다. 이원익은 야윈 손으로 삿갓을 고쳐 쓰며 나직이 대답했다.


"승지, 보시다시피 나는 평안하오. 전하께는 내가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해주게. 다만, 나라의 창고가 비어 백성들이 피눈물을 흘리는데, 내 어찌 화려한 집을 탐하겠는가. 이 삿갓 하나면 비를 피하기에 충분하고, 이 낡은 책 몇 권이면 마음을 채우기에 족하다네."


승지는 이원익의 맑은 눈망울과 방 안을 울리는 빗소리를 뒤로하고 궁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양으로 돌아가는 내내 승지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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