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명 오리마을, 초가 두 칸 아래의 거인
인조 8년(1630년). 경기도 광명의 오리마을 숲길은 여전히 고요했다. 그 숲 끝자락에 영의정을 다섯 번이나 지낸 노대신 이원익의 사저가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정승의 저택이라기엔 너무도 초라했다. 비와 바람도 막지 못하는 초가 두 칸의 지붕 아래 서까래는 세월의 무게에 눌려 비스듬히 휘어 있었다.
장마가 시작되자 낡은 지붕에서 빗물이 줄줄 새어 들었다. 방 안은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고, 바닥에는 빗물을 받는 그릇들이 즐비해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그러나 여든넷의 노신, 이원익은 미동도 없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머리에 커다란 삿갓을 쓰고 있었다.
"대감, 물이 샙니다! 어서 이쪽으로 피하십시오!"
하인 돌쇠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대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원익은 삿갓 아래로 들이치는 빗방울을 보며 허허 웃었다.
"소란 피울 것 없다. 삿갓을 쓰니 비도 피하고 운치도 있지 않느냐. 밖에서 거적을 덮고 밤을 지새우는 백성들에 비하면, 이 낡은 천장도 내게는 과분한 궁궐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