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이 없는 마음

by 꿈 꾸는 철이

4. 부끄러움이 없는 마음


조선 오백 년의 관료 사회는 거대한 탐욕의 사슬이었다. 그 쇠사슬을 끊어내고 홀로 청연히 서 있었던 이원익에게 누군가 물었다. 송사를 판결하고 나랏일을 갈무리함에 있어, 그토록 흔들림 없는 비법이 무엇이냐고.


일찍이 공자께서는 "속으로 반성하여 거리낌이 없다면 무엇을 근심하고 두려워하겠느냐"고 했다. 이원익의 비법 또한 그 궤를 같이했다.


어느 날, 한 재상이 그에게 다가와 송사를 처결하는 묘책을 물었을 때, 노신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세월의 풍파를 견디고 살아남은 늙은 나무의 울림과 같았다.


"대감, 사람의 재능은 각양각색이고 사건의 실타래 또한 다종다양한데, 어찌 제삼자인 내가 미리 방도를 일러줄 수 있겠소?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소이다."


노신의 눈빛이 역사의 진실을 꿰뚫는 서슬 퍼런 칼날로 변했다.


"일을 처리할 때는 마음을 지극히 공정하게 가져야 합니다. 천둥이 치고 벼락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순간이라 해도, 스스로를 돌아보아 조금의 부끄러움이나 두려움이 없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오."


그것은 단순히 깨끗함을 넘어선 '청렴 민감성'의 극치였다. 이원익에게 청렴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비단옷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에 깃든 작은 찜찜함조차 용납하지 않는 치열한 자기 검열이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만이 천둥소리 앞에서도 눈을 감지 않을 수 있다는 그 단순하고도 지독한 진리.


그는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마음속의 저울이 조금이라도 기울면 잠을 이루지 못했고, 그 팽팽한 공정함은 백성들에게는 굶주림을 면케 하는 적극 행정으로, 국가에는 흔들리지 않는 사직의 안녕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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