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이용자, 이제 도서관을 책임지는 관장이 되어
“도서관 옆으로 이사 가야겠다.”
30년 전, 첫 직장이었던 도서관에서 근무하며 내린 결심이다. 단순히 직장이 가까워야겠다는 생각만은 아니었다. 매일 마주하는 수만 권의 책, 그 사이를 흐르는 정묵(靜默)의 공기, 그리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좋았다. 무엇보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품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에 매료되었다. 내 삶의 궤적을 이 활자의 숲 곁에 두기로 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였다.
이사까지 감행한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었다. 내 아이들이 책의 향기 속에서 숨 쉬며, 도서관을 집처럼 편안한 놀이터로 여기며 자라길 바랐다. 또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고 읽는 곳 그 이상이었다. 수준 높은 평생교육 프로그램부터 각종 문화 혜택까지, 세금으로 운영되는 양질의 서비스가 도서관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득했다. 이 모든 유익함을 온전히 누리고 향유하며 살고 싶다는 확신이 나를 도서관 곁으로 이끌었다.
그때부터 도서관은 내 삶의 중심지가 되었다. 아이들이 걸음마를 뗄 무렵엔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어린이 자료실의 카펫 위를 뒹굴었고, 치열했던 승진 시험 준비도 서가의 은은한 종이 냄새를 맡으며 버텨냈다. 지친 저녁에는 도서관이 정성껏 차려놓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메말랐던 지적 호기심을 채웠다. 도서관은 내게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아이들을 키우고 나를 성장시킨 ‘지적인 삶의 터전’이었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명함도 바뀌었다. 이제 나는 내가 그토록 좋아해서 곁을 지켰던 그 도서관의 ‘관장’으로 매일 아침 출근한다. 30년간 누구보다 도서관을 열심히 이용해 온 ‘애용자’의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본 도서관은, 내가 처음 반했던 모습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영리해져 있었다.
그저 책을 읽고 정보를 얻는 데 머물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의 도서관은 전문 사서의 안목이 담긴 정교한 큐레이션을 경험하고, 시민들이 직접 책을 쓰고 정보를 생산하는 역동적인 창작의 공간으로 진화했다. 누구나 작가가 되고 창작자가 되는 메이커 스페이스부터 인생의 2막을 설계하는 인문학 클래스까지, 보석 같은 서비스들이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며 곳곳에 박혀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이 좋은 것들이 바로 곁에 있는데, 사용법을 몰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볼 때 그렇다. 그래서 펜을 들었다.
30년 동안 도서관을 탐닉해 온 이용자이자 이제는 도서관을 책임지는 내부자인 관장으로서 내가 아는 모든 비밀을 공유하려 한다. 내가 도서관 옆으로 이사 와서 누렸던 그 풍요로운 삶을 독자들도 똑같이 누리길 바란다. 도서관을 120% 사용하는 법, 아니 도서관을 통해 인생을 120% 풍요롭게 만드는 이야기를 이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