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이 책 어디 있어요?" 그 이상의 대화법

by 꿈 꾸는 철이


“저기요, 이 책 어디 있나요?”


도서관 데스크에서 사서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물론 위치를 안내하는 것도 사서의 업무 중 하나지만, 사실 이 질문만 하기에는 사서라는 '전문 인력'이 가진 역량이 너무나 아깝다. 도서관 사서는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당신에게 꼭 필요한 보석을 건져 올리는 ‘정보 리서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사서의 '진짜 실력'을 끌어내는 질문은 따로 있다


사서들은 이용자가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갈증을 보일 때 비로소 전공 지식과 노하우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단순히 책의 위치를 묻는 대신, 사서의 전문성을 자극하는 세 가지 질문법을 제안한다.


"특정 주제에 대한 추천 목록(Bibliotherapy)을 부탁해 보라" "요즘 마음이 힘든데 읽을 만한 책 있을까요?" 혹은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과학에 흥미를 붙일 만한 난이도의 책은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이다. 사서는 독자의 상태와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주는 '독서 처방전'을 써줄 준비가 되어 있다.


"검색되지 않는 정보를 찾아달라고 요청하라" 인터넷 검색창에는 나오지 않는 오래된 신문 기사, 학술 논문, 혹은 특정 지역의 향토 자료 등은 사서의 주전공 분야다. "1980년대 우리 동네의 기록을 찾고 싶다"는 식의 고차원적인 요청은 사서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Source)을 확인하라" 가짜뉴스와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넘치는 시대다. 어떤 주제에 대해 가장 공신력 있는 데이터나 통계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면, 사서는 국가기관 보고서부터 유료 데이터베이스까지 동원해 당신의 정보력을 업그레이드해 줄 것이다.



사서는 당신의 '지적인 파트너'다


나는 관장으로서 우리 사서들에게 강조한다. "우리는 책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질문을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독자가 수준 높은 질문을 던지면 도서관의 서비스 질도 함께 올라간다. 사서가 서가 사이를 누비며 당신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은, 당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적인 투자 시간과 같다. 사서를 단순히 안내자로 두지 말고, 당신의 지적인 파트너로 고용해 보길 바란다.



관장이 드리는 팁: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답변은 날카로워진다


질문할 때는 '무엇을(주제)', '누가(대상)', '어떤 용도로(목적)' 쓸 것인지 명확히 말해주는 것이 좋다. "경제 책 추천해 주세요"보다는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려는 사회초년생이 읽기 쉬운 입문서를 찾고 있습니다"가 훨씬 정확한 결과값을 가져다준다.


내일 도서관에 간다면 데스크에 앉아 있는 사서에게 슬쩍 말을 걸어보자. 책의 위치가 아닌, 당신의 고민과 지적 호기심에 대해. 당신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풍성한 세계가 당신의 품으로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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