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이 밥 먹여 주나?
청렴, 경제, 밥, 문화
모든 공직자들은 1년에 의무적으로 2시간 이상 청렴교육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기관은 청렴교육을 1년에 7시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수 여부를 부서장 평가에 반영하고 있어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무, 민원 처리 등 일하기도 바쁜데 청렴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다 보니 '청렴이 밥 먹여 주나?'라고 푸념하는 공직자들이 있다.
한국행정학회는 국가청렴도가 1점 올라가면 1인당 국민소득이 $4,713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서울시립대 반부패행정시스템연구소도 청렴도가 1점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관심도가 26% 상승하고, 1인당 교역이 31% 상승하며, 1인당 GNP도 25%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청렴이 경제와 유의미한 관계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즉, 청렴이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현실은 어떤지 궁금해진다.
2022년 5월에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되었다. 나는 이 법령을 청렴법령의 마침표라고 부른다. 청렴법령의 시작은 1983년에 시행된 '공직자 윤리법'으로 공직자의 재산을 등록하고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20년이 지난 후에 부패방지권익위법(2002)이 제정되었으며, 이는 다음연도에 제정된 공직자행동강령(2003)의 근거법령이다. 이후에 공익신고자보호법(2011)이 제정되었고, 일명 김영란 법으로 알려진 청탁금지법(2016)도 제정되었다. 공공재정을 허위·과다 청구하거나 목적 외 사용하면 제재부과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공공재정환수법(2020)이 제정되었고, 이해충돌방지법(2022) 순으로 시행되었다. 이들 법령들은 공직자들에게는 직접적으로 행정적·형사적인 영향을 준다.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청탁금지법'을 제외하면 국민들에게는 대체로 낯설게 느껴지는 법령들이지만, 일상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청렴관련 법령이 제정되어 오는 동안 청렴도와 경제는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알아봤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는 1995년부터 매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이하 '청렴도'라 함)를 발표한다.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의 청렴도 점수를 보면 2000년에는 40점이었고, 2021년에는 61점이다. 21년 동안 21점이 올라갔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2000년부터 2004년까지는 40점(48위)에서 시작하여 45점에 이르렀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는 50점에서 시작하여 54점까지 올라갔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56점에서 시작하여 54점으로 하락했다. 2018년 57점, 2019년 59점, 2020년 61점, 2021년은 62점이며, 가장 최근인 2022년은 63점(31위)이다. 청탁금지법이 시행 이후인 2017년 54점(51위)에서 2022년 62점(31위)으로 4년간 8점이 올라갔고, 순위도 20단계나 상승하였다.
2000년에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12,179였으나, 2022년에는 $32,418이다. 22년간 약 2.7 배가 되었다. 2000년에는 $12,179로 1만 달러였는데 2006년에 $21,644로 2만 달러대로 올라섰고, 2017년에는 $31,734로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2000년 이후 22년이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청렴도가 23점 상승하여 63점(31위)이 되었고, 1인당 국민총소득은 $20,239가 증가한 $32,418(31위)가 되었다.
청렴도 상위권국가의 1인당 GDP도 살펴봤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2022년도 국가청렴도 상위권(1~5위) 국가는 덴마크(90점), 뉴질랜드와 핀란드(각 87점), 노르웨이(84점), 싱가포르(83점)이다. 이들 국가의 2022년 기준 1인당 GDP는 덴마크 $65,713, 핀란드 $50,818, 뉴질랜드 $47,278, 노르웨이 $92,645, 싱가포르 $79,426이다.
청렴 선진국이 바로 경제도 선진국이다. 즉, 청렴한 나라가 잘 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청렴관련 법령이 정비되면서 청렴도가 향상되었고, 그에 발맞춰서 국민소득도 올라갔다. 국제적으로 봐도 청렴한 나라의 국민들이 잘 산다.
각종 연구에서도 청렴은 우리들이 먹고사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듯이 그 연결선이 우리들의 눈에 직접 보이지 않을 뿐이다.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어 부패를 눈 감는다면 청렴한 대한민국, 나아가 모두가 잘 사는 행복한 우리나라는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 부패한 나라 중에 국민이 잘 사는 나라는 없다. 다행히도 많은 우리 국민들은 그 보이지 않는 청렴 너머의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의 눈으로 보고 있다. 그분들로 인해 청렴이 정착되며 확산되고 있다.
청렴이 문화가 되고 있다. 청렴한 삶을 사는 우리 각자로 인해 나의 이웃과 사회와 나라에 맑고 밝은 웃음꽃이 번지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청렴이 밥 먹여 주나?"라고 묻는 다면.... 나는 말할 수 있다. "청렴은 밥 먹여 줍니다."
참고자료
• 국가통계포털(https://kosis.kr)
• 국가지표체계(https://www.index.go.kr)
• 나무위키(https://namu.w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