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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이 Aug 13. 2024

천국은 내 생각에 있다.

성과등급 S, A, B 중 최하등급 'B'를 받았다.

오늘은 작년 성과등급을 공개하는 날이다. 전산시스템에 들어가서 나의 성과등급을 확인하면 된다. 1월 1일 자로 승진해서 성과등급이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시스템을 열었다.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 성과등급 중 최하위인 'B'등급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어도 작년 업무성과 등을 고려하면 나의 성과등급이 터무니없다는 잔상이 머릿속에서 깊게 자리 잡았다. 


성과등급 부여는 직장인들에게 매우 예민하다. 성과등급을 최고등급인 'S'를 받은 직원 이외에는 자신이 받은 등급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성과가 계량화되어 정량적으로 표시된  직장에서는 그나마 그 등급에 이해가 상대적으로 인정하기가 쉽을 것이다. 그라나 성과가 계량화되지 않고 정성적인 평가에 의할 때는 납득이 잘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정성적인 평가에 의해 성과등급을 부여한다. 평가부서에서는 나름 불평불만이 적게 나오기 위해 공정하게 하려고 하지만, 불만은 있을 수밖에 없다. 등급을 잘 못 받은 것에도 불만인데, 성과등급 간의 금액 차이가 20% 이상 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한, 연봉제로 보수를 받는 사람들은 전년도 성과급이 다음연도 연봉에 누적되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성과급이나 성과등급은 없애거나 동일하게 할 수 없으니, 등급 간의 금액 차이를 줄이자는 의견이 계속되고 있다.  


성과평가제 도입 이후 B등급은 처음 받았다. 성과등급은 4단계이다. 'S, A, B, C등급'이다. 제도 도입 초기에 'C등급'을 받으면, 성과금액이 지급이 되지 않았다. 이후에 노조 등에서 이의를 제기해서 현재는 C등급은 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B등급'을 받으면 최하등급을 받은 것이다.


4년 전에 보수를 지급하는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보수 담당자가 연봉책정을 해서 나에게 확인받으러 와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팀장님은 다른 팀장들보다 보수가 더 많아요." "내가 승진을 더 빨리 해서 많은 게 아닌가요?"라며 되물었다. 그 직원이 말했다. 내 보수가 많아서 그동안 보수 내역을 봤더니, 그동안 성과등급을 잘 받아서 보수가 많다는 것이다. 담당자에게 그 말을 듣고 나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성과등급이 보수에 반영되는지 몰랐었다.  


그렇다. 나는 그동안 성과등급을 잘 받아 왔던 것이다. 관리자가 된 이후로 S등급 또는 A등급만 받아 왔다. 그래서 연봉도 많은 편이다. 몇 개월 전에 승진에 따른 연봉책정 명세서를 보니, 전 직급에서 받을 수 있는 상한 연봉을 받았었다. 그런 상황에서 성과등급까지 잘 받으면 좋겠지만, 나에게만 너무 많은 혜택이 집중되면 누군가는 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승진하는 사람은 취하등급을 부여하는 것이 조직운영 측면에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11년간 11번의 성과등급 평가에서 B등급 한 번 받았으니 운이 좋았다. 이번 성과등급 평가 시 승진자는 어느 정도 조정하여 성과등급을 부여했다는 생각을 하니 이해가 된다. 성과등급에 대한 불편한 잔상이 말끔히 사라졌다. 오히려 감사함이 생긴다. 생각이 바뀌니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천국은 내 생각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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