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잘 되는 청렴사회
지난해 10월 초에 출근길 전철에서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한 순간 너무도 기분이 좋고 뿌듯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한류(K-culture)로 불리는 한국문화가 동아시아를 너머 세계로 확산되었고, 드라마를 넘어 노래와 영화를 거쳐 문학까지 확장되어 문화강국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김구 선생님의 바람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듯했다.
지난해 10월 중순 토요일에 인사동에 갔었다. 인사동 거리와 골목, 건물 내에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옆자리에 영어를 사용하는 남성 한 명과 여성 두 명의 젊은 외국인이 앉았다. 그들은 유쾌해 보였다. 삼각대를 설치하여 자신들의 셀카 사진을 찍을 때였다. 나는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사진을 찍어 드릴까요?"물었더니 좋다고 했다. 배경을 달리하여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줬다. 그들 중에 남자가 번역앱을 이용하여 한글로 '고맙다'라고 인사했다. 그들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고 할 때 나는 그들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다. 남성은 독일, 여성 두 명은 미국과 필리핀에서 왔다고 했다. 세 명이 어떻게 만났냐고 물었더니, 가수 보아 콘서트에 와서 만났다고 했다. 한국가수 콘서트를 보기 위해 각각 다른 나라에서 한국에 와서 우연히 만났고, 인사동 관광을 하다가 나를 만난 것이었다. 한국문화의 힘이 세계인들을 우리나라로 오게 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10일과 11일에 명동 일대와 남대문시장 등을 갔었다. 10일 저녁에 신세계 백화점, 명동성당 등 명동 일대를 둘러봤다. 외국인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11일 오전에는 남대문 시장을 방문했다. 상인들은 지나가는 우리들에게 계엄령으로 외국인들이 오지 않아서 손님이 완전히 끊겼다고 읍소했다. 12월 3일 계엄령 선포로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계엄령 직후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우리나라를 여행위험국가로 지정했다. 서울은 계엄령이 발령되기 5개월 전인 2024년 7월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7위로 알려졌다. 이러한 계량적 수치 아니더라도 평소에 서울에 가면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고, 관광지에는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 외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았다. 계엄령 선포로 우리나라는 안전한 문화국가에서 불안한 위험국가로 전락했다.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함께 달성한 가장 대표적인 나라이며,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이러한 기반 위에 한국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문화강국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인 부와 민주적인 자유와 강력한 문화는 우리민족이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 쌓으며 만들어온 성과이다. 이러한 경제와 민주와 문화는 우리시대에 더 성장시켜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최고지도자의 잘못된 판단과 이에 동조한 일부 군인들 및 고위공직자들에 의해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뻔하였다. 왜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잘못된 계엄령이 선포되었는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2024년 12월 3일의 계엄령 선포와 같은 잘못된 결정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최고지도자뿐만 아니라 계엄에 동참한 공직자들에게 청렴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청렴은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공익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공직자가 잘못된 계엄령에 동조하며 협력하고 거기에 맞춰 실행하는 것은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한 결과물이다. 공직자들에게 승진, 중요 보직 등은 뿌리치기 쉽지 않은 유혹이다. 특히, 잘못된 계엄령 선포와 같이 최고 권력자가 함께하는 사항은 거부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평소에 청렴성으로 무장되어 있었다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계엄 과정에서 일부 고위공직자들은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중·하위급 군인들은 잘못된 명령임을 인지하고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여 시민들을 강제진압하지 않았다. 이번의 잘못된 계엄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사익이 아닌 공익을 우선시했던 청렴한 공직자들과 국회 앞에서 계엄군을 저지했던 시민들 덕분이다.
2024년 하반기는 우리나라가 롤러코스터를 탔던 시간이었다. 한국을 보고 싶고, 알고 싶은 외국인들로 서울은 붐볐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으면서 이제는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불과 두 달 후에 세계를 경악케 하는 잘못된 계엄령으로 외국인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여행위험국가로 지정되면서 세계인들이 한국 방문을 꺼려하고 있다. 한국은 동경하는 나라에서 의구심을 갖게 하는 국가가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혼란을 높은 시민의식의 기반 위에 법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화를 만들고 있다. 우리가 이번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 이전보다 더 나은 문화를 만든 대한민국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되기도 한다.
문화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안전을 기반으로 한 경제와 민주주의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서 가능하다. 문화강국은 단순히 문화 산업이 발전한 나라를 넘어, 국민들이 문화적 자긍심을 가지고 세계적으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이다. 문화강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이 함께 해야 되지만, 국가의 안전을 담당하는 최고지도자 등 공직자들의 역할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2024년 12월 3일 밤의 계엄령 선포로 국가의 안전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절실히 깨달았다. 최고지도자의 잘못된 결정은 나라와 모든 국민들의 삶을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다. 이러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이 직무에서 공익을 우선시하는 확고한 청렴의식을 갖춰야 한다. 더 나아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잘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청렴한 사회는 구성원 간의 신뢰가 형성되어 문화 발전을 위한 토대를 튼튼하게 하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촉진하여 궁극적으로는 문화강국으로 나아가는 마지막 퍼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