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우러지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와 정말이지 지극히도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종종 단순히 맞지 않는 수준을 넘어서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만들 때도 있다. 나는 이런 존재를 빌런이라고 부른다.
빌런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어머니에게 영화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한 존재라고 했더니, 어머니는 그럼 네가 주인공이야?라고 되물으셨다. 그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 대답을 한 순간에 '이렇게 대답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문구를 많이 들어봤음에도 생각보다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인생을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힘든 일이 닥치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나 싶어서 하늘을 원망하고, 나를 괴롭게 하는 빌런이 있으면 왜 저런 놈이 나를 힘들게 하나 화가 나기도 했다.
요즘, 생각을 다르게 해 보기로 했다.
웹소설은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많이 구른다.
(구른다는 뜻은 작가가 고의적으로 캐릭터를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킨다는 뜻이다.)
진흙탕 싸움도 하고, 혈육 간의 혈투도 하고, 이렇게까지 고난을 겪으면서까지 살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힘겹게 살아간다. 왜냐하면 작가들이 주인공을 가차 없이 굴려야 독자들이 환호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또한 주인공이 겪는 아픔을 통해 주인공이 성장할 거라는 걸 독자들은 알기 때문이다.
빌런은 주인공을 성장시키고 각성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캐릭터다. 그래서 내 삶의 주인공은 나이기 때문에 이런 못돼 처먹은 빌런을 만나게 해주었나 싶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의외로 빌런의 존재가 예전만큼 힘들거나 버겁지 않다. 오히려, 이 빌런을 어떻게 요리해야 내가 크게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하게 된다. 게다가 빌런은 주연이 아닌 조연이지 않은가.
내 성장의 발판이자, 나를 각성시키는 존재이지만, 내 삶에 있어서는 조연인 빌런. 빌런을 그렇게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조금은 덜 받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