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꿈꾸는 것을 소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다소 발칙한 상상이 곁들여지기도 하고, 악몽을 꾸며 가위에 눌린듯한 꺼림칙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판타지스러운 에피소드들 사이를 관통하는 주제는 자신을 스스로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한 여정으로 보였다. 특히 소리를 통한 연출이 마치 명상을 하는 듯, 꿈을 꾸고 꿈에서 깨는 듯, 묘한 기분을 전해주었다.
영화의 결말을 포함해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던 몇 가지 상징들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영화 [모르는 이야기] 스틸컷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척추질환으로 진통제에 의존하는 기은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진통제를 과다 복용한 기은이 병원에 실려가는 장면으로 상황을 설명한다. 그 이후로는 꿈인 듯 현실인 듯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노란색이 주는 의미
영화에서 기은의 어머니는 기은에게 노란색 옷을 선물한다. 기언이는 잠에서 깨어 노란색 알약을 먹는다. 기언이 화가로 나오는 장면에서 기언이 그리는 그림에는 노란색이 빠져있다. 이렇게 영화는 노란색의 의미를 부각해 나간다.
굳이 내가 생각하는 노란색의 의미를 이야기해 본다면, 기은이 스스로 찾고 싶었던 자아가 아닐까 한다. 영화 내내 결핍되고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자아를 찾아서 꿈속을 헤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화 [모르는 이야기] 스틸컷
놓쳐버린 평범한 일상
영화에서 기은과 기언은 꿈을 통해서 연애를 하고 가정을 꾸리고 육아를 한다. 누구나 상상하는 일상적인 가족의 모습이다. 그런데 즐겁게 딸과 낚시를 하고 가족과 캠핑을 하던 기언은 자고 일어나니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었지만사실은 놓쳐버린 일상처럼 보였다. 그것은 비혼의 모습일 수도 있고, 저출산의 모습일 수도 있다.
영화 [모르는 이야기] 스틸컷
기은과 기언은 다른 사람이 맞을까?
영화의 전시회 장면에서 기언이 어머니라고 부르는 대상은 기은에게 노란색 옷을 선물한 엄마와 같다. 같은 어머니를 두었다면 기언과 기은은 하나의 존재일 수 있다.
만약 기언이 기은의 꿈속에서 표현되는 기은의 또 다른 자아라면, 둘이 서로 연애하고 사랑하는 장면은 기은이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영화 [모르는 이야기] 스틸컷
자아를 만나다
영화 후반부에는 기은이 사냥총을 가지고 어린 소녀를 만난다. 소녀는 자신을 데려가줄 사람을 기다린다고 말하고, 기은은 자신이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치과가 나오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남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다르게 보는 자아를 설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과에서 뽑아내야 할 사랑니처럼 기은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남들과는 다른 자아를 죽이고 세상에 맞춰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 [모르는 이야기] 스틸컷
마무리하며
영화의 설정은 척추질환으로 어쩔 수 없이 침대에 누워 꿈을 꾸는 주인공으로 묘사했지만,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말이면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인터넷 세상을 여행하며 타인의 SNS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하는 스스로의 모습도 보았다.
영화의 마지막은 파도치는 바닷가로 끝난다. 영화관에서 한참을 앉아 파도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치 명상을 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더불어 현실과 꿈의 경계를 모호하게 그리는 상상력, 그리고 소리를 통한 깊은 울림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