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자리

by 가현

바람이 다녀간 자리에는
풀잎이 잠시 고개를 떨군다.

누군가의 이름을
속삭이듯 스쳐 간 흔적,
투명한 손길이 남아
햇빛 아래 반짝인다.

나는 그 자리를 오래 바라보다가
마음속에 조그만 의자를 놓는다.

언젠가 네가 돌아와 앉기를,
아무 말 없이 웃어주기를,
그때까지 바람은 계속 불어주기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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