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발찌를 합니다〉

가장 작은 숨결 곁에서, 나는 다시 태어납니다

by 가이아

모두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나는 조용히 하루를 시작합니다.

고요한 복도를 따라,

아주 작은 숨결들이 있는 방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신생아실은 늘 환합니다.

낮과 밤의 경계가 없는 이곳은

세상에 처음 온 존재들이

조용히 삶을 배우는 공간입니다.


아기들은 잠들거나 울거나,

작은 손으로 공기를 더듬습니다.

숨결은 가늘지만 분명하고,

그 하나하나에 생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나는 하루에도 수없이 손을 씻고,

분유를 타고, 체온을 재고, 젖병을 닦습니다.

가끔은 무거운 포트를 드는 손목이 저려오지만

그 무게조차 이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해주는 듯합니다.


아기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은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작은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그 삶의 움직임만으로도

나는 자주 울컥합니다.


나는 간호조무사입니다.

그리고 타로상담사이기도 합니다.

낮에는 마음을 돌보고,

밤에는 생명을 지킵니다.


두 세계는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과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는 일.

모두 사랑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나는 팔찌를 참 좋아합니다.

그건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내가 세상의 흐름과 더 깊이 연결되도록 도와주는 작은 도구 같은 존재입니다.


타로상담사로서 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읽고,

그들이 지나온 길과 다가올 흐름을 함께 바라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색과 돌, 그리고 그날의 감정에 따라

손목에 걸리는 팔찌 하나도 신중히 고르게 되었죠.


어떤 날은 마음이 어수선해서

붉은 가넷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내담자의 무거운 기운을 감당하기 위해

블랙오닉스를 손에 들기도 합니다.


그건 나 자신을 위한 보호막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꼭 필요한 중심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생아실에서는

그 어떤 장신구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팔찌도, 반지도, 목걸이도 모두 내려놓아야 합니다.

작은 돌기 하나조차도 아기에게는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내 손에서 가장 멀고,

아기에게 가장 안전한 자리,

내 발목에 조용히 발찌를 합니다.


아무도 보지 못하지만

그건 나를 위한 조용한 기도이자,

내 하루의 작고 단단한 표식입니다.


어떤 날은 채혈을 해야 합니다.

혈액형 검사를 위해

작은 뒤꿈치를 찌르는 순간,

아기들은 자지러지게 웁니다.


처음 겪는 통증,

처음 마주한 세상의 날카로움.


그 울음 앞에서

나는 말없이 속삭입니다.


아가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많이 아프지

하지만 세상에 나왔으니

살아가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란다.”


작은 발을 조심스럽게 닦아주고,

가슴에 꼭 안아줍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렇게도 울던 아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그 투명한 눈빛 앞에서

나는 자꾸만 작아집니다.


아프게 했는데도,

세상가장 순수한 얼굴로 나를 바라봐 준다는 것.

그 용서와 신뢰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그 순간마다

나는 다시 배웁니다.


> 용서는 말보다 깊은 시선이라는 것.

믿음은 약속이 아니라, 조용히 기다려주는 마음이라는 것.

사랑은, 설명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머물러주는 것이라는 것.




나는 아기들에게

삶을 가르치는 줄 알았지만,

오히려 이 아이들이

내게 살아가는 방식을 매일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맑은 눈빛을 가슴에 품고

나는 오늘도 발찌를 합니다.


세상이 보지 않아도,

내가 나임을 잊지 않기 위해.


누군가의 처음 곁에서

나도 다시 태어나고 있다는 것을

조용히 기억하기 위해.


작은 숨결은 말이 없지만

그 존재만으로

사람을 바꾸고, 사람을 살립니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조용히

자라나고 있습니다.

#브런치감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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