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찾아와, 천천히 낫는
사랑은 참 이상하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
불쑥 찾아온다.
겨울 아침, 코끝을 간질이는
차가운 바람처럼.
예방접종을 했다고,
마음이 단단하다고,
그래서 괜찮을 거라 믿었지만—
사랑은 그런 준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어느 날,
조용히,
숨결 사이로 스며든다.
감기처럼.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걸려버린다.
어쩌면
가벼운 콧물로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사랑은
몸살처럼 온몸을 휘감고,
한밤중의 열처럼
마음을 달아오르게 한다.
"이건 감기야."
"금방 나을 거야."
혼잣말로 다독여보지만
마음은 말을 듣지 않는다.
억지로 낫게 하려 할수록
더 오래 앓는다.
감기약을 한 움큼 삼켜도
밤새 열이 오르내리고,
이불을 덮었다 걷었다,
헛헛한 마음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사랑도 그렇다.
잊으려 애쓸수록
마음 한구석은 더 욱신거린다.
멀쩡해진 줄 알았던 감기처럼,
잠복해 있다가
어느 순간 다시 시작된다.
결국 사랑은
아플 만큼 아파야
끝이 난다.
그 고통을
온전히 통과해야만
비로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멀어진다.
그 사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기다림.
시간이 주는
느리고 조용한 치유.
그리고
작은 처방전 한 장에
그 사람의 이름을
조용히 적어 넣는 일.
부디,
후유증 없이 지나가기를.
그 사람의 흔적이
일상의 틈마다 불쑥 떠오르지 않기를.
함께 웃었던 거리에서
혼자 멈춰 서는 일이 없기를.
이 계절의 공기,
스며드는 낯선 냄새,
무심코 흘러나오는 노래한 줄조차
심장을 조이게 하지 않기를.
그저
한 철 앓고 지나가는
감기처럼,
사랑도 그렇게
잠시 머물다 가주기를.
너무 깊지 않게.
너무 오래 아프지 않게.
너무 많은 흔적을 남기지 않게.
시간이 모든 것을
온전히 감싸주기를.
그 사랑이
슬픔이 아니라
조용한 기억으로 남기를.
그래서
언젠가 문득 떠올랐을 때,
그저
"아, 나도 한때 그렇게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었구나."
하고
조용히
미소 지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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