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을 한 해준이 독립서점에서 만난 책 읽기
*독해독이란?
'독립출판을 한 해준이 (독립출판의 편견에서 벗어나) 독립서점에서 만난 책 읽기'의 줄임말입니다.
나는 원래 독립출판이 무엇인지 관심조차 없던 사람이었다. 독서 관련 일을 하면서 기성출판 책만 읽었고, 수없이 쏟아지는 좋은 책을 언제 다 읽나 고민하고 지냈기에 연남동 한 독립서점에 몇 번 다녀온 것이 전부였다. “세련되지 않은 출판을 홀로 하느니 나는 유명한 출판사에 원고를 맡기고 책을 내겠어”라고 생각하던 내가 지난 4월 독립출판의 기회를 얻어 9월 출판사를 만들고 홀로 책을 냈다. 그리고 독립서점에 내 책을 소개해달라고 메일을 매일같이 쓰고 있다. 출간 후 한 달이 지나도 반응이 없어 상심하던 중 지방에서 첫 입고를 하게 되었고 그곳은 전주 에이커북스토어였다. 입고를 허락해준 사실에 감사해서이기도 했지만, 책방지기님을 더 알고 싶어 그가 쓴 <책방을 꾸리는 중입니다>를 집어들었다.
이 책에는 전북대 근처 7평짜리 지하 공간에서의 3년과 전라감영 옆 건물 4층으로 옮겨 현재까지의 2년, 총 5년간 어떻게 책방을 꾸렸는지를 담고 있다. 화학공학도였던 작가(책방지기)가 우연히 알게 된 공간에 시작한 독립서점은 작가의 말처럼 ‘무모한 도전’이었다. 독립출판 인지도가 없던 시절부터 시작한 서점 운영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손님이 없는 고충은 물론이고 개업 8개월 만에 맞은 책방 침수 이야기에는 참담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책방을 이전한 얼마 후 교통사고를 당한 부분에 마음이 아팠다. 병원 입원 중에도 ‘책방을 열어야 한다’는 책방지기의 임무에 온 정신이 쏠려있는 작가의 모습이 무엇보다 짠했다. 자신에게 닥친 여러 위기를 덤덤히 회상하면서 작가는 독자에게 이렇게 말하는듯했다. 아주 큰 일이 아니라면 책방은 꼭 열어야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책방을 운영할 꿈도 꾸지 말라고.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작가의 친구가 책을 사면서 DC를 요구했던 부분이었다. 작가는 이를 거절하며 “손님의 기준은 결제 전과 후로 나뉘지”(p.38)라는 말을 친구에게 남겼다. 이후 친구는 그 말을 사골 우려먹듯이 했다지만, 독립출판을 한 나로서는 통쾌한 순간이 아닐 수가 없었다. (도서정가제 지킵시다!)
작가는 책방 운영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지만, 손님이 없는 것도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손님 없는 날’이라는 꼭지에서 작가는 ‘부정-분노-타협-수용’이라는 단계로 ‘손님 없음’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는데, 책방지기로 일한적 없는 사람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도를 닦거나 수도사 생활을 하는 기분이리라.
작가는 책을 쓴 이유가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어려움을 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책방을 시작하기 쉽지만, 그것을 계속 꾸려나가는 일은 앞으로의 더 큰 일을 감내해야 함을 알려주려고 작가는 책을 썼다고 한다. 그는 정말 책방을 꾸려나가는 분투 중이었다. 매장에서 그는 판매는 물론, 온라인 배송, 나와 같은 독립출판 작가가 보내는 입고 메일에 답장을 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트 만들기와 글쓰기 워크숍 등과 같은 책방 행사는 물론, 정산, 재고정리 같이 해야할 일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마켓 참여, 지역 책방 모임 참가, 다른 책방 탐방 등 책방 밖을 나서서 여러 경험을 하고 책방 홍보를 위해 SNS 업데이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책방지기는 책 읽을 틈도 없는 일상을 보내는 것 같았다.
작가는 아웃로그에서 “이 자리에 있어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한마디를 책방지기에게 건네준다면 큰 힘이 될 것”(p.168)이라고 독자에게 말한다. 당연히 책 구매는 필수다. 책을 덮으면서 느꼈다. 나는 절대 책방을 할 생각을 하지 않기로. 그리고 결심했다. 내가 낸 책을 비롯해 여러 독립출판물을 열심히 홍보하고, 더 자주 독립서점을 방문하고, 무엇보다도 독립서점에서 자주 책을 사기로. 그래야 에이커북스토어 같은 따뜻하고 단단한 독립서점이 오랫동안 책방을 꾸리는 고군분투에 작게나마 힘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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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독이란? '독립출판을 한 해준이 (독립출판의 편견에서 벗어나) 독립서점에서 만난 책 읽기'의 줄임말입니다.
* '독해독'은 1주일에 1회 이상씩 연재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