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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다한이가 보내는 이야기 종합선물세트

<다한이 뭐하니¿>(이다한, 2020) - 독해독 #6


책표지 아랫부분에서부터 작가는 몇 번이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올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라며 애교 섞인 경고를 한다. 정말로 예측하기 어려운 순간 웃음이 터져나온다. '작은 고추가 맵듯'이라는 1부 제목처럼 말이다. 여기에 옮겨적는다고 똑같이 웃음이 발생하지는 않는 것 같다. 직접 책을 펼쳐보시길. 정말 갑작스레 현웃이 터진다. 진짜다. (나도 작가 따라 반복하게 되네...)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 자신뿐 아니라 독자를 다독이고 이해하는, 짧지만 여운을 남기는 글도 있다. '사회생활 수칙'은 내 머릿속에 바로 새겨놓을 정도로 교훈적이었고 '가벼움'은 가벼워서 은은하고 깊이 있었으며 '옆 테이블' 시리즈는 카페만 가면 소머즈가 되어 고민인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작가가 "스치는 것을 집게로 딱 집어놓은 듯한 글"(p.58)에 공감하듯 <다한이 뭐하니¿>에는 술술 페이지를 넘기는 중에도 잠시 멈추어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 채워져 있다.


종종 어떤 글은 너무 짧아서 이해하기 어렵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당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제가 모두 느끼고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저에게도 당신이 느끼지 못할 이해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이 있답니다"(p.5)라고 말한다.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읽었다. 이해할 수 없음도 어쩌면 한 사람을 이해하는 길일지 모르니까.




2부에서는 군산 토박이로서 바라보는 군산을 말한다. 작가는 서울에 갔다가 누군가가 군산을 '촌'이라 부른 것에 자존심 상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평범하고 한적하던 군산이 발전하고, 유명 관광지가 되면서 그는 군산이 빠르게 변하길 바라던 시선에서 벗어났음을 "나포 십자뜰철새관찰소"라는 곳을 소개하면서 고백한다.


"군산도 서울처럼 빨리 발전하고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군산에게 바라던 변화는 나에게 먼저 찾아왔다. 자연과 함께하기에 한적하고 평범한 이곳이 지금의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간직하며 천천히 변해갔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p.104)


채만식 소설 <탁류> 주인공 초봉이가 살던 동네 선양동,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선양고가교, 핫한 곳이 많은 전라도 방언으로 '산봉우리'를 뜻하는 말랭이 마을, 그리고 새만금 대장도를 소개한다. 책을 들고 군산에 왔으니 나에게 이 책은 군산 가이드북인 셈이다. 추천 스팟 중에서 선양고가교에 갔다. 다음 일정 때문에 한낮에 가서 아쉬웠지만 작가가 “아담하다 느꼈던 군산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보여준다”(p.108)고 이곳 풍경을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음 군산 여행에는 나포 십자뜰철새관찰소에 가보고 싶다.



이어서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 부모님, 동생 등 자신 주변 사람들에게 쓴 편지가 담겨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나니 왜 물음과 같은 문장으로 책 제목을 지었는지 알 것 같았다. 작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부터 출발해 작가가 일상을 보내는 군산이라는 공간, 그리고 군산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이어진다. "다한이 뭐하니?"라는 물음에는 작가가 이야기를 쓰는 계기임과 동시에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다한이라는 사람이 세상에 건네는 종합선물세트 같다고나 할까.


다한이가 뭐 하는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그리고 군산 여행을 떠났거나 떠날 이라면 책을 펼쳐라.


그리고 잊지 마라.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올 수 있음을. 정말이다.




덧 하나. 자신이 나고 자랐으며 지금 중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는 작가의 고향 군산에서 이 책을 읽으니 뜻깊다. <랩터스>를 매번 정성스레 소개해준 군산 독립서점 '조용한흥분색' 세나님도 책에서 만나서 반가웠다.


덧 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올” 부분을 사진 찍어서 올리려다가 말았다. 스포방지 차원이다.


덧 셋. 포스팅한 모든 책 사진은 군산에서 찍었음을 밝혀둔다.




<다한이 뭐하니¿>와 함께 들은 노래

MIKA (feat. Adriana Grande) - Popular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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