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마음이 눕는 月

열심히 산 열한 달의 뒤끝에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나를 다루는 법

by 김가인 오로시

12월만 되면 마음이 먼저 눕는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이, 이렇게 또렷해지는 달이 있다는 게 이상하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속이 막힌 탓인지, 기분이 가라앉은 탓인지 순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몸이 불편하면 생각도 함께 굳고, 생각이 굳으면 하루가 더 무거워진다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 나를 설득하는 대신 그냥 인정해 보기로 했다.
지금은 힘을 빼고 싶은 날이라고.




나는 1월부터 11월까지 꽤 열심히 살았다.

그 사실은 스스로도 안다.
그런데 12월이 오면 갑자기 모든 의지가 얇아진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아?”

마음 어딘가에서 그런 목소리가 올라온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내가 나에게 주는 연말 휴가 같은 것.

아주 게으른 방식으로, 아주 진심으로.



이상한 건, 어제까지만 해도 새 기획을 떠올리며 다짐했다는 점이다.
내일은 더 잘해보자, 좀 더 정리해보자, 다시 시작해보자.

그런데 오늘은 그 다짐이 무색할 만큼 늘어진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을 한 것처럼 착각한다.
몸은 의자에 있는데 마음은 이미 이불 안에 들어가 있다.


커피는 마시면 안 좋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한 모금 한다.

안 좋은 걸 알면서도 하게 되는 행동들이 있다.

‘오늘만’이라는 말로 덮어 두는 것들.
그 한 모금으로 기적처럼 부지런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시 화면을 켜게 되는 정도의 힘은 남는다.

딱 그 정도만.




12월의 나는 자주,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
이 달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왜냐하면 신기하게도, 1월 1일이 되면 나는 살아나기 때문이다.

어제와 오늘의 차이밖에 없는데 마음가짐이 바뀐다.
매년 반복되니 우연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나는 매년, 1월 1일에 리셋되는 사람 같다.


가끔은 그게 부끄럽기도 하다.
왜 이렇게 한 달을 통째로 흔들릴까.
왜 “정리”라는 말만 들으면 숨이 막힐까.
연말은 이상하게도 ‘마무리’와 ‘결과’를 강요한다.
그 강요가 들릴수록 나는 더 움츠러든다.

쉬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쉬는 법을 잘 몰라서.
달려야 할 때 달리느라 잔고를 다 써버리고,
마지막 달에 와서야 “이제 못하겠다”라고 쓰러지는 방식.


그래도 나는 12월의 이 나태함을 완전히 나쁘다고만 부르지 않기로 했다.
내가 내 안에서 꺼내 쓸 수 있는 회복의 방식이 지금은 이 정도뿐일 수도 있으니까.


열심히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앉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게 올해의 마지막에 내가 붙잡고 싶은 태도다.




이번 주에는 크리스마스가 있다.
나는 크리스마스 미사를 보고 나면, 조금 힘이 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없다.

그냥 그럴 것 같다는 느낌만 있다.



어쩌면 나는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잘 정리하지 못한 한 해라도,
기도를 자주 놓친 나라도,
늘어진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 있어도,
그럼에도 다시 펼칠 수 있다는 것.


12월은 마음이 먼저 눕는 달이다.
그러니 오늘은 마음이 누웠다면, 나도 같이 누워주기로 한다.

대신, 아주 조금만.

다시 앉을 자리를 남겨 둔 채로.



1월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누워서 못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어쩌지...걱정만 잔뜩하는 26년의 1월 초이다.


이전 27화다이어리가 많아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