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묵은 결혼반지가
꾸역꾸역, 손가락을 게워 낸다
굵은 주름과 두꺼워진 마디 사이
별의별 소음을 다 낀다
타자 소리도 내다가
에스프레소 찌꺼기를 묻히고
붓을 쥐고 흔들다가
펜을 잡으면 칡즙처럼
짙고 쓴맛이 배어 나오는 내 손
핏줄은 여전히 손끝으로 모였다가 다시
심장으로 도망치듯 돌아가기를 반복하고
두꺼워진 손가락 사이로
세상의 바람들이 드나드는데
짠내 나는 소금기를 강하게 쥐어보지만
그 틈새로 모래는 흘러내린다
천천히,
때론 급하게
굵어진 주름 틈새마다
모래가 끼어 단단한 화석의 뼈가 된다
그렇게 내 우주는 무거워져 간다
우주 속 모래알들이 뭉쳐
또 다른 하얀 손을 빚어낼 때
나는 내 품에 쏘옥 넣고 으스러지도록
매일매일, 그 우주를 품어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