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지금, 사랑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마음들에 대하여

by 김가인 오로시

프롤로그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나는 이 책을 씁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괜히 마음이 동요되는 날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조용히 앉아, 내 마음을 바라본다.


‘이 감정은 어디서 온 걸까.’
‘왜 이렇게 자꾸 울고 싶지?’


나의 감정은 늘 한 발 늦게 도착했다.
슬픔이 지나간 뒤에야 그게 슬픔이었다는 걸 알았고,
사랑이 흐르고 있을 때는
그게 그렇게 소중한 줄 몰랐다.


그러다, 최근
가까운 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알게 됐다.

그 시간들은 다,
사랑하고 있는 중이었다는 걸.




이 책은 그런 기록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이 지나가 버리기 전에,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어서,

그리고 기록하고 싶어서.



일상은 그저 평범한 풍경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자주 마주치는 눈빛과
무심한 손짓 속에 담긴 다정함이 있다.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아침,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는 오후,
그리고 서로를 위한 작은 식탁이 있는 저녁.


그 모든 순간이
사랑의 장면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기 전에,
지금 여기 남겨두려 한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아주 사소한 감정의 단편들에 대한 기록이다.

가끔은 그림으로,
어떤 날은 시로,
대부분은 글로 남겼다.


그리고 이 모든 글의 배경엔
그가 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

그리고 언젠가 이별을 맞을지도 모르는 사람.
그래서 더 진심으로 바라보고,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하게 된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중>은

불안 속에서도 사랑을 놓지 않고,
사라질까 봐 더 깊이 껴안고,
기억 속에 꼭 붙들어 두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책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중이길.


그 사랑이 말이 되지 않을 때,
이 책의 한 문장이라도
마음을 대신 말해주기를.


그리고 언젠가
‘그때 나는 참, 사랑하고 있었지’라고
조용히 웃으며 떠올릴 수 있기를.